남자의 얼굴이 아름다움을 비유하는 ‘관옥’, 살이 부어오른 모양의 ‘부숭숭’, 몸을 약간 뒤로 비스듬히 벋는 모양새를 표현한 부사 ‘잣바듬히’, 몸을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걸 가리키는 ‘고무락거리다’…잘 사용하진 않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언어는 우리의 정신적 지문이기도 하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관내 독락재 앞에서 ‘혼불에 담긴 지문전’을 열고 있다. 아름다운 언어와 치열한 문학정신을 ‘정신의 지문’이라며 강조했던 최명희 작가를 되새기는 자리로 그의 대표작 ‘혼불’에 쓰인 언어 중 의성어와 의태어를 형형색색의 헝겊으로 표현한다.

솜과 천을 이용한 따스한 느낌의 작업을 해 온 서양화가 최지선이 사르락, 우수수, 울멍줄멍, 춘애, 어씩어씩, 둠벙, 퍼스르르, 덩클덩클하다, 포르릉 등 18개의 단어를 작품화했다.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들을 겹으로 붙이고 그 안에 솜을 넣은 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방식. 글자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한껏 부풀어 올라 살아있는 듯 생동감 있다.

최 작가는 “혼불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숨바꼭질 하듯, 보물찾기 하듯, 아끼는 사탕을 녹여먹듯 단어들을 챙겼고 어머니가 손수 꿰매주신 이불처럼 정성을 다해 작품 속 모국어를 새겼다”며 “최 선생님의 무궁무진한 표현력으로 책을 펼치면서 느꼈던 막막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랫목의 푹신한 이불처럼 한 겨울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녹이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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