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심가’를 남긴 고려 말 문신 정몽주는 이성계가 이끄는 황산대첩에 종사관으로 참여한 바 있다. 1380년 9월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중 조상의 고향 전주에 들른 이성계는 오목대에서 잔치를 베풀며 새 나라에 대한 열망을 내비친다. 이에 노여움을 참지 못한 정몽주는 남고산성의 만경대에 올라 한탄하는 시를 짓는다.
‘천 길 산봉우리 비탈진 바윗길에/한달음에 올라서니 시름이 못내 겨워/청산은 은밀히 부여국을 약속한데/단풍잎은 어지러이 백제성에 날리누나.//구월 세찬 가을바람에 나그네 시름 깊은데/(중략)/고갤 들어 멀리 서울 바라볼 길 없구나.//’를 내용으로 하는 ‘만경대에서’의 탄생비화다.
조선왕조의 발상지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전주는 예로부터 많은 이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고향으로, 누군가에게는 그 맛과 멋의 고장으로의 강한 여운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사)전북향토문화연구회(회장 이치백)가 ‘전주찬가’를 펴냈다. 2012년 사업 중의 하나로 역사 속 위인부터 현대 문인들까지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이 전주를 예찬하거나 전주와의 인연을 시와 노래로 풀어냈다.
책은 경기전과 오목대, 풍남문, 객사, 한벽당, 조경단, 비비정, 전주한지, 전주대사습놀이 등 글의 배경이 되는 전주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권 근 조현명 이규보 이 색 삼의당 김씨 이병기 서정주 고 은 최승범 허소라 이운룡 등의 글이 한시와 현대시, 전주풍물, 가요 순으로 실렸다.
이치백 회장은 “천년이란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가 얼마나 되겠느냐. 그런 점에서 전주 시민들은 전통이나 문화 면에서 앞서간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전북 속의 전주만을 대상으로 하고 풍패지향으로 문인이나 풍류객들이 함부로 언급하지 못하다 보니 관련 글귀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함에도 후손들에게 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