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이 안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제인오스틴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재구성해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차지한 동명영화와 정교한 CG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가 지닌 신비로움을 완벽 재연한 ‘라이프 오브 파이’가 대표적. 우리나라에서도 공지영의 ‘도가니’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바 있다.

이렇듯 소설이 지닌 이야기의 힘과 영화가 갖는 표현의 힘이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는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숏!숏!숏!’도 이에 발맞춘다. 국내 단편소설을 각색해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

‘숏!숏!숏! 2013-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은 소설가 김영하다. 1995년 계간지 '리뷰'에 단편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는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언급한 건 이 때문.

이후 트랜디한 소재를 통해 동시대의 이야기를 명쾌하지만 반어적으로, 유쾌하지만 어딘가 씁쓸하게 그려내 애호가층이 형성되고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재구성되기도 했는데 중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같은 이름의 영화로, 장편 ‘퀴즈쇼’는 뮤지컬로,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는 연극과 영화로 각각 만들어졌다.

‘숏!숏!숏!’에서 김영하의 소설을 영화화할 감독은 이상우와 이진우, 박진성․박진석이다.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같은 파격적인 소재의 저예산 영화로 주목받은 이상우는 ‘비상구’를, 장편 ‘팔월의 일요일들’을 비롯해 다수의 단편을 연출한 이진우는 ‘피뢰침’을, ‘기담’의 원작 시나리오와 첫 장편 데뷔작 ‘마녀의 관’으로 호평을 얻은 박진성과 그의 동생 박진석은 ‘마지막 손님’을 각색, 연출한다. 촬영개시는 2월이다.

그 중 이진우의 ‘팔월의 일요일들’은 프랑스 대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얻고 박진성의 ‘마녀의 관’은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의 ‘VIY'를 원작으로 하는 등 비슷한 경험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제 관계자는 “김 작가의 남다른 상상력과 실험성이 개성 짙은 감독들과 만나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될 지 기대된다”며 “사상 유례 없는 콘셉트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겠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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