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의 강변은 몽환적이다. 둥글둥글 다양한 곡선을 이룬 바위들이 물 위에 떠있고, 그 틈새로 힘차게 뻗어 오른 억새 잎과 물버들이 더욱 생명감을 안겨준다. 새벽강의 청신(淸新)함은 소생하는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나는 새벽 강변길에 머물러 행복하다.

안개 덮인 산속은 고요하기만 한데 그 사이로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갓 돌 지난 사내아이의 오줌 누는 소리 같은 희망의 소리를 낸다. 물은 그냥 낮고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루고 들과 어우러진다. 그리고 더 넓고 자유로운 망망대해로 유유자적(悠悠自適)떠다닌다.

노자(老子)는 말한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물이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으며(水善利萬物而不爭)/사람들이 싫어하는 자리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섬진강에 이끌린 나의 마음이다. 10세기 전반 중국 당말(唐末)의 혼란기에 깊고 유연한 산속에 은거한 이들에 의하여 자연과 내밀한 참된 교감(交感)을 거친 이들에게서 산수화가 가능했던 것처럼 나는 감히 풍경화나 사생(寫生)이 아닌 사의(寫意)적인 산수화를 담아내려 한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순창 무량산 자락의 산방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장구목가는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보고 가슴에 간직한 강물을 한옥의 좁은 방에서 한지 두루마리를 펼쳐가며 그렸다./송만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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