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고민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왔고 각각의 방식으로 해소되곤 했다. 의료인은 사람의 몸을 치유하면서, 법조인은 옳고 그름을 가리면서, 종교인은 내면을 갈고 닦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미술인들이 생각하는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22일부터 2월 3일까지 기획초대전 ‘미술가에게 길을 묻다’를 열고 있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45세~55세 미술인들 중 미술을 작업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간주하고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또 다른 관점에서 묻고 사유하며 그 특유의 상상력과 손재주로 해석, 형상화했다.

참여작가는 김성민 김영란 모용수 송재명 신석호 심홍재 윤철규 이경배 이문수 임대준 전량기 정문배 조 헌 진창윤 차유림 최분아 등 16명.

증명사진을 보듯 반듯한 인물들을 그려온 진창윤은 지난해 말 전시를 시작으로 추상적인 인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적인 형태와 색깔, 붓질을 선호한 전과 달리 어지러운 붓질과 다소 어두운 톤을 활용하는 것. 덤덤하거나 평온해 보이지만 나름의 고통과 슬픔, 우울함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꽃그림을 그려온 최분아는 이번에도 꽃을 선사한다. 형태를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물감이 번진 듯, 뭉친 듯 자연스레 칠하고 빨간 꽃과 갈색 병, 샛노란 배경을 어울러 그가 뜻한 ‘겸허함’으로 향한다.

평면회화 뿐 아니라 설치미술과 행위미술을 겸하고 있는 심홍재는 베개 시리즈를 통해 꿈 나아가 부유와 안식을 담은 바 있다. 작품 ‘꿈을 향하여’에서는 흔들리고 번진 화폭 속 소재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부족하지만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를 보는 듯하다.

그리움을 그림의 근간으로 삼아온 전량기는 단절된 풍경을 담았다. 원경 없이 앞에서 끝나 버린 수풀은 풍성하지만 어딘가 쓸쓸한데, 소통이 없는 현 시대를 꼬집는 작가의 의도가 배어서일 터다.

김완순 관장은 “미술은 사람살이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묻는 일이다”며 “인생의 가치와 아름다운 상상력을 제공하는 만큼, 이를 감상하면서 위로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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