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를 가진 모든 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억이 남아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존재는 없어짐으로써 화석처럼 영원성을 얻기도 한다. ‘소멸’이란 과연 무엇일까.

전주시립극단이 26일과 27일 이틀간 오후 3시, 7시 덕진예술회관에서 제96회 특별기획공연 ‘하얀앵두(작 배삼식․연출 정진권)’를 올린다.

신년맞이 무료공연으로 ‘한겨울의 문화충전, 감성힐링 이벤트’라는 주제에 맞게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추운 겨울, 전주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할 전망이다.

작품은 ‘하얀 앵두’.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 탁월한 구성력, 맛깔스런 대사가 돋보이는 ‘주공행장’ ‘허삼관매혈기’ 등을 통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고 지난해 시립극단이 선보인 ‘열하일기만보’로 지역민들에게도 알린 극작가 배삼식의 희곡이다.

5억 년 전 삼엽충 화석설을 바탕으로 소멸, 순환 등의 주제의식을 부각하는 과학연극이자 전반적으로 불안한 삶을 사는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른바 힐링연극. 류경호가 예술감독을, 정진권이 연출을 맡아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극단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어느 가을, 주인공 반아산은 강원도 영월 산골에 전원주택을 얻는다. 50대의 잊혀져가는 작가인 그는 텅 빈 마당을 보며 하얀 앵두가 있던 할아버지의 정원을 복원하고자 한다.

반아산의 아내 허영란은 그저 그런 배우다. 공연 연습으로 주중에는 서울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가끔 내려온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씨의 후배 권오평과 조교 이소영이 화석 채집을 위해 영월에 왔다가 그의 집에 묵는다. 다음날 새벽, 늙은 개 원백이 동네 암캐를 겁탈한 사건이 일어나고 암캐의 주인 곽지복이 찾아든다. 마당에 있는 개나리 고목을 알아본 곽 씨는 폐허가 된 뜰을 보며 탄식 하는데. 273-1044./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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