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을 알 수 없는 자가 전주 롯데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해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협박범은 폭발 협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전주 외곽에서 차량을 폭발시키기까지 했다.

7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이날 오후 3시께 방송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전주 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폭발시키겠다”며 롯데백화점 점장을 만나도록 지시했다. 이 남성은 방송사 기자를 통해 백화점 측에 5만원권 10kg(17억여원)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신고 받은 뒤 전주 완산서와 덕진서 소속 모든 형사를 비상소집해 현장 비노출로 잠복하도록 했고, 백화점 측도 만일에 대비해 고객과 직원을 대피시켰다.

경찰은 35사단 폭발물 처리반과 함께 백화점 내 영화관과 매장, 주차장 등 건물전체에 폭발물 설치여부를 확인했지만, 폭발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남성은 앞서 이날 오후 2시 40분께 방송사 기자에게 전주 효자공원 묘지 주차장으로 가도록 유도했다. 전화통화로 그곳에 주차된 승용차를 일정거리를 두고 떨어져 지켜보게 했다. 오후 3시가 될 무렵 차량은 폭발했고, 폭발에는 LPG용기가 사용됐다. 그런 뒤 기자에게 백화점 점장을 만나도록 연락을 한 것이다. 경찰은 협박 내용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에 화재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을 붙인 방법은 조사 중이다.

협박범은 사건 전날인 6일 신문기자와 방송기자에게 전화해 “자살사이트 운영자다. 회원들 간에 음모를 꾸미는 것 같아 사이트를 폐쇄했다. 촬영장비를 갖고 약속장소로 나와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이 자살사이트 운영자인지는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기자를 이용해 백화점 관계자와 접촉하게 한 뒤 돈을 회수하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협박범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돈을 챙기기 위해 퀵서비스를 백화점 측에 보내서다. 퀵 서비스 관계자는 “한 남성이 백화점에 가면 돈을 줄테니 받아오라고 해서 백화점에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효자공원에서 불탄 차량은 지난 4일 전주시 평화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확인됐고, 휴대전화의 사용자를 확인한 결과 74세인 것으로 확인돼 이 범인이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승만기자·na198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