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도내 가교저축은행들이 금융업계에서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매각과정에서 수도권 및 경상지역의 저축은행들은 너도나도 사겠다며 금융기관들이 장사진을 이룬 반면, 도내 소재 저축은행들은 매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일 예보와 저축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예보가 지난달 11일 예성(본점기준, 서울)·예한솔(경기 분당)·예솔(울산) 저축은행 등 3곳의 매각공고를 굴지 금융지주회사 및 2금융권 1위업계 등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입찰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서울권인 예성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와 외국계·국내 사모펀드까지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분당 소재의 예한솔저축은행도 KB금융지주와 기업은행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울산에 본점을 둔 예솔저축은행 역시 기업은행,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러시앤캐시 등이 입찰하는 등 쟁쟁한 금융회사들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도내에 본점을 둔 예쓰(군산)와 예나래(전주) 가교 저축은행은 사실상 매각 때마다 파리만 날리고 있다.

예쓰저축은행은 2009년 설립 이래 지난 4년간 6차례 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예쓰저축은행과 같은 해 설립된 예나래저축은행도 2번이나 유찰됐다.

예나래의 경우 지난해 5월 도내 지역업체인 삼호산업이 인수 의지를 내비쳐 우선협상대로 선정됐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자격심사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수도권지역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한별저축은행(옛 진흥저축은행, 가교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영업정지된 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돼 지난 1일 출범하기까지 5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한별저축은행은 본점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 거점지역인 명동·여의도·강서·교대에 지점을 갖고 있는 등 상품성이 좋았다.

이처럼 가교저축은행의 ‘물건’이 지역별로 매각 진행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고객들의 예금 및 대출 규모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쓰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거래고객은 10만252명으로 타 저축은행과 비교할 때 적지 않은 수였지만 총 수신액은 2012억원 수준으로 가교저축은행 중 가장 낮았다.

또 영업구역 고객들의 경제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1인 평균 예치금이 200만원 수준으로 꼴찌였다. 영업구역이 서울인 예성저축은행의 총 예치금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5686억원으로 예쓰저축은행의 2.82배였다.

또 1인 평균 예치금은 1431만원으로 예쓰저축은행의 7.1배였다. 예한솔저축은행(경기 분당)의 1인 평균 예치금은 1150만원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이 볼 때 도내 가교저축은행들의 ‘상품성’이 현저하게 낮았던 셈이다.

일부에서는 인구밀도와 지역경제여건에 따른 자산 가치 등이 가교저축은행매각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도내 저축은행들의 금융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씁쓸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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