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사랑한 어머니의 큰딸로 태어난 그에게 춤은 숙명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 최 선 선생을 통해 전통무용에 입문해 고교 때부터 김백봉 선생에게 부채춤을 사사한 그는 경희대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친 후 전국무용제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전북대 교수를 역임하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널마루무용단을 통해 판소리 다섯바탕을 춤극으로 완성, 창작활동에도 온 힘을 기울였다. 전북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이수자로서 지역춤을 보존, 계승하는 데도 일조한 바 있다.

한국무용가 장인숙(54)이 45년 춤 인생을 풀어낸다. 널마루무용단이 주최, 주관하는 ‘부채, 춤바람을 일으키다-장인숙 춤으로 꾼 꿈 춘․몽 45년’이 2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17일 만난 장인숙은 “춤과 함께한 45년을 매듭짓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었다. 꿈결 같은 삶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집대성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공연의 테마는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이자 부채춤의 주요소재인 ‘부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쓰였는데, 손목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어딘가 신비롭기도 하고…매력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부채춤을 춘 저에게 있어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말 많은 추억이 담긴 존재입니다.”

모두 6부로 구성된 공연에서는 부채를 사용하는 춤만을 선보인다. 특히 ‘전주부채춤’이 눈길을 끈다. 처음 공개되는 춤은 기존 부채춤 동작에 호남 살풀이의 감흥을 덧댄 것으로 매창의 시 한 구절을 시나위와 흥타령 가락, 20여명의 몸짓으로 구현한다.

“나고 자란 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어요. 애절하지만 수묵화처럼 담백한 춤이 될 겁니다.”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판소리 다섯바탕 춤극은 김대일의 소리와 널마루무용단의 동작이 어우러진 눈대목 다섯바탕으로 대신한다. 부채춤과 무당춤, 규방춤, 장고춤, 한량무도 만날 수 있다.

“왜 춤을 추고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건 분명해요. 어렵사리 완성한 ‘전주부채춤’을 평생 동안 추면서 우리 고장을 알리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273-7887./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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