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출생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마친 그는 ‘노동현장으로 들어가자’는 이념을 내건 미술동인 ‘두렁’을 통해 현장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충남 부여로 이주해 농사를 지었고 현재 완주군 이서면에서 농부이자 화가로 살아가고 있다.

설자리를 잃게 만든 한미․한EU FTA, 축사는 물론 농지에도 악영향을 끼친 구제역 대책…삶의 위협이 느껴질 때마다 2천여 명을 웃도는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목이 터져라 외치는 집회를 포착한 대표작 ‘겨울 여의도’를 비롯해 담배 한 대 태우며 시름을 달래고 있는 ‘농부’,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진 아낙의 등을 통해 수확의 노고를 말한 ‘귀로’ 등이 결과물.

농민화가 박홍규가 서울 첫 전시를 국회에서 갖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주최하는 개인전 ‘빈집의 꿈’이 22일부터 26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날마다 비워대는 밥그릇을 보며 농민이 흘린 땀을 떠올린 적이 과연 있는가. 우리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외면하거나 잊고 지내려 한다. 관찰자적, 비평가적 시점으로만 바라보려 한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라며 전시 계기를 밝혔다.

주제 ‘빈집의 꿈’은 잊고 지내거나 애써 외면하고 함부로 버리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빈집을 두고 떠난 사람들과 아직도 빈집을 이웃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나아가 농촌의 자화상이다.

신작 15점은 전과 마찬가지로 현장성을 갖는다.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현실적인 사연들을 담고 있는데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진실은 섬세한 밑그림과 은은한 색감, 우리네 한지로 한결 부드럽게 전달된다.

일찍이 떠난 서방님들 덕에 자식들 다 키워 여울 동안 몇 십 년을 형제지간, 동서지간보다 더 의지하고 산 옆집 동무가 세상을 떠나고 폐허가 돼 가는 집을 어깨 너머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가슴팍과 농사 빚으로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의 심경, 명절이나 돼야 볼 수 있는 자식과 손자들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외로이 떠난 부모님의 마음이 오롯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고향과 농촌, 농민에 대한 관심과 작은 담론이 오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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