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버금가는 또박또박한 억양으로 아리랑을 열창하는가 하면 영남 길농악에 현대 즉흥 보이스를 접목, 전혀 다른 아리랑을 선보인다. 세계는 대한민국의 소리 ‘아리랑’으로 하나 됐다.

2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공연 ‘아리아리랑 소리소리랑’은 지난해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내외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아리랑을 주제로 꾸린 무대다.

명창 강권순(정가) 방수미(판소리) 강효주(민요)와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대중가수 알리
등 국내 5명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캐나다, 미국, 인도, 일본, 시리아, 뉴질랜드 8개국 13명의 여성 음악가들은 판소리. 재즈, 뮤지컬, 종교음악,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막론한 음악들을 따로 또 같이 선보였다.

등재 관련해 여러 곳에서 회자된 소재를 어떻게 ‘소리축제화’할지가 관건인데, 이점에서 탄탄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최근 3년간 개막공연은 줄곧 ‘나열’식이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음악을 소개한 2011년과 판소리, 가야금 병창, 오케스트라 등 우리소리의 면면을 보여준 2012년, 세계 여러 소리를 망라한 2013년이 그것.

비슷한 형식과 식상한 소재에도 의외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올해 영입된 박재천 프로그래머의 영향이 크다.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이전과 다른 시각을 부여해 보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놨다.

실력과 개성을 갖춘 음악가들을 선정, 섭외해 무대별 완성도를 확보했으며 재즈와 꽹과리, 판소리와 피아노 같은 참신한 결합과 음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무대배경을 통해 보고 듣는 재미를 더했다.

참가자 전원이 함께한 창작곡 ‘We are the Arirang’도 뜻 깊었다. 그들이 아리랑을 따라부르는 모습에서 우리음악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미흡한 점도 있다. 당초 한국 전통음악은 월드음악으로, 각 나라 전통음악은 아리랑 선율이 포함된 크로스오버 형태로 편곡된다고 알려졌으나, 아리랑이 전주에 삽입되거나 소수 국악기만 섞이는 등 형식적, 부분적인 편곡에 그쳤다. 시간을 가지고, 보다 깊이 있고 적극적으로 협업하길 제안한다.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은 시간관계상 1곡씩 불렀는데 이들 개개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개막공연의 여운이 계속될 수 있도록 연계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좋겠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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