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이래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를 영입한 소리축제는 한층 강화된 월드뮤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정체된 한국음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 한)가 주관하는 ‘201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6일 폐막했다. 2일부터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37개국 48개 프로그램 270여회 공연을 선보인 가운데 지난해 대비 해외초청공연이 2배 증가했으며, 5일 기준 관객 점유율은 88%고 유료관객 점유율은 75%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칼린 집행위원장은 “지난 3년간 월드뮤직을 강화하되 그 속에서 빛나는 우리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씩, 여러 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각자 의견이 있겠지만 잘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월드뮤직을 보강하는데 주력하다보니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비율이 줄고,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어져 아쉽다. 보강해야 할 부분”이라고 자평했다.

▲ 월드음악↑, 한국음악↓
프로그래머 영입과 함께 프로그램 전반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개막작. 지난 2년 간 나열식의 구성과 지루한 내용, 지역단체 배제로 뭇매를 맞은 개막작은 탄탄한 연출 아래 의미와 재미를 두루 갖춘 공연물로 거듭났다. 대동놀이로 꾸려진 폐막공연은 축제의 흥을 더했다.

처음 시도한 ‘더블빌’도 좋았다. 닮은 듯 다른 두 팀을 한 무대에서 순서대로 만날 수 있는 ‘더블빌’은 정가와 범패, 한국과 헝가리의 월드뮤직, 한국 현악기와 수피음악 등을 비교해보는 재미와 참신함을 선사했으며,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작년 2배 가까이 해외음악이 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만, 한국음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개막공연과 더블빌을 제외하곤 전통에 기반을 둔 기존 프로그램들은 방치됐기 때문이다.

‘판소리 다섯바탕’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 ‘산조의 밤’의 경우, 모보경과 박지윤이 함께 꾸민 ‘춘향가’를 제외하곤 달라진 바가 없고, 그마저도 홍보가 되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다.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음악을 근간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일반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고, 세계 속에서 빛날 수 있도록 매년 기획하고 보완․수정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너무 많은 프로그램도 독이다. 크고 굵직한 프로그램들 위주로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좋겠다.

박재천 프로그래머는 “좋은 콘텐츠를 정말 많이 갖고 있다. 내가 할 일은 위치와 메뉴, 질을 잘 배열하는 인테리어 작업과 비슷하다. 정리되면 불과 몇 년 안에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간 활용 엉성…운영 미숙 여전해
소리축제 주요장소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로 이분화 된 후 으레 전자에는 월드뮤직이, 후자에는 한국음악이 행해져 왔다. 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식상한 건 물론이고 한국음악이 변방으로 몰린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소리가 더 큰 무대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신 작은 규모의 야외공간에서 이뤄지다보니 주목을 덜 받는다는 것. 향교에서 이뤄진 더블빌이 호평을 받은 만큼 월드뮤직도 한옥마을에서, 한국음악도 소리전당에 올릴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각 공간 활용도 미숙했다. 소리전당 메인홀인 모악당은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비어있었는데, 확인 결과 예정작이 무산됐고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외공연장에서 놀이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긴 ‘소리프론티어’는 보다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실험적인 장르와 경연 형식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15분 이상 걸린 세팅과 잘못된 영상, 매끄럽지 못한 음향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옥마을에서는 풍남문 광장과 경기전 입구, 태조로 쉼터, 태조로 등 곳곳에서 프린지공연이 펼쳐졌지만 공연 사이사이 빈 시간이 많아 축제의 흥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보다 많은 공연을 배치하거나 대표무대를 지정해 시선을 끄는 것도 좋겠다. 지역예술단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숙제다.

박재천 프로그래머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판소리 다섯바탕을 학인당에 묶어둘 생각은 없다. 공간에 있어 다양한 방향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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