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어찌나 많이 세우는지 살 수가 없어.”

관공서와 보험사 등 굵직한 건물에 둘러싸인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은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차가 없는데도 평일 오전 8시 20분~9시 30분엔 차를 댄 후 근처 직장으로 향하는 이들로 북적이고, 퇴근시간 전까지는 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로 북새통이다.

최근 한 달 간 조사한 결과, 월요일이 평균 329대로 가장 높은 주차율을 보였다. 불법주차는 물론 전화번호까지 뒤집어놓는 경우가 많았으며,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도로에도 차를 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덤으로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7일 오전 10시 서노송동 노송교회 인근거리에서는 주차금지 홍보 및 소방도로 주차금지 캠페인이 이뤄졌다.

2013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주민! 지역의 주인으로 살기-우리 마을은 주차장이 아닙니다․소방도로는 주민의 생명로입니다’의 일환으로 서노송동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주차난’이라고 의견을 모았고, 지난 4월부터 주차조사와 주차금지안내판 디자인, 불법주차 사진촬영 등 관련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주민 30여명이 함께한 이 날 행사는 행사 취지 및 주민활동 과정 소개를 비롯해 주민기자회견, 주민선언, 소방서 인사말, 캠페인 참여방법 소개, 소방도로 주차금지 캠페인, 주차금지 안내판 설치 캠페인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전반을 담당한 문화공간 싹 채성태 대표는 “주민들은 기린로 주차단속이 심하고 동네가 도심에 있다 보니 생기는 당연한 문제라 여기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로 대립하거나 싸우자는 게 아니라 지역민들의 입장을 좀 이해해주고, 어떤 부문에서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고 취지를 밝혔다.

주민기자회견에서 허정주는 “행정이나 외부에서 해결해주길 기다리기엔 상황이 급했다. ‘소방차가 내 집 앞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이건 다른 사람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다. 같이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차 소방도로 진입이 시도됐는데 진입방해 주차차량이 많고, 연락을 취했으나 30분 넘게 걸려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함께 제작한 표지판은 각 대문 앞에 걸 예정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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