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전주공업학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관악 명문이었다. 고광호 선생의 지도 아래 밴드에 몸담고 있던 학생들은 해방 후 연주자로 일평생을 살았고,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던 2003년 팀을 창단한다.

전북 관악 1세대들로 구성된 실버음악단 에버그린밴드(단장 및 지휘 황병근)가 22일 오후 5시 전북예술회관 3층 대공연장에서 열한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세 명이서 시작한 밴드는 어느덧 삼십 여명으로 늘어났고 4,50대의 중년들은 이제 6,70대 노장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 동안 모든 것이 변했지만 관악 본향으로서의 명맥을 지키겠다는 목적의식과 열정만큼은 그대로다.

그간 전국순회공연과 일본초청공연을 꾸준히 갖고 클래식과 재즈, 라틴, 팝, 가요, 국악 같은 타 장르와 교류하는 등 실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교도소와 요양원, 한센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찾아가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황병근 단장은 “밴드를 구성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년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관악이 현악이나 관현악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한 거 같다. 보다 열정적이고 다채로운 매력을 알아주시는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에서는 황손 이석이 함께해 자리를 빛낸다. 조선 왕조 마지막 황손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방송사 진행자로 활약한 바 있는 그는 현재 전주 한옥마을 내 승광재에 기거하고 있다. 전주에 머물고 있고, 가수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협연하게 된 것.

‘고향 그리워(바위고개)’로 시작된 공연은 ‘인도의 여왕’ ‘You Raise Me Up' ’강원도 아리랑‘ ’눈이 내리네‘ ’가요 메들리’ ‘밤하늘의 트럼펫’ ‘Quizas Quizas' ’Ever Green' '당신은 늪’ ‘환희’ 순으로 이어진다.

황손 이 석은 자신의 히트곡인 ‘비둘기집’을 비롯해 ‘두마음’ ‘I Can't Stop Loving You'를 들려준다. 그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기에 더 큰 감동을 안겨줄 단원 여러분의 꿈을 지지하고 그들의 선율이 사회로 퍼져 화합의 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오른다. 앞으로 누가 단장을 맡든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관악전문단체로서의 명맥을 이을 것”이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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