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를 누렇고 붉게 물들이던 단풍이 바닥에 나뒹굴고, 아침이면 하얀 서리가 내리는 걸 보니 겨울이 오려나 보다. 가을 끝자락, 우리네 인생과도 닮은 전북의 자연을 국악관현악과 영상으로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유장영)이 2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40회 정기연주회 ‘전북의 산하 취추풍-가을 바람에 취하다’를 연다.

유난히 아름다운 전라북도의 늦가을을 강과 들, 바다, 산, 길 다섯 가지 주제로 표현한 작품. 각 주제에 맞는 밀도 있는 표현을 위해 5개 주제 모두 창작초연되며, 도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곡가 5명이 곡을 썼다. 지역 가을풍광을 담은 영상은 감성적인 느낌을 더한다.

제1막 섬진강의 새벽 'ᄇᆞᆰ강(곡 강성오․다음문화예술연구소 대표)’은 포근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품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인간의 희로애락을 아무렇지 않게, 대담하게 품는 섬진강의 위대함을 새벽에서 찾는다.

2막 ‘들녘에 부는 바람…바람…(곡 강은구․극동대 교수)’은 들에 불어보는 바람, 들에 흐르는 강, 들이 만나는 하늘, 들의 시간을 통해 남도의 들을 노래한다.

이어 3막 ‘해지려(곡 김계옥․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는 뛰어노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서방님을 기다리는 아내의 슬픔 등 희로애락을 모두 가진 바다의 심경을 가야금과 대금으로 전한다.

4막 ‘지리산(곡 황호준․중앙대 겸임교수)’은 승천하는 용과 같은 웅장함부터 남몰래 간직한 시대의 아픔, 이를 덮어주는 너그러움까지 두루 갖춘 지리산을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선율로 형상화한다.

마지막 5막의 주제는 ‘길에서 길을 묻다(곡 유장영)’다. 곱게 물든 단풍길과 만경들판의 코스모스길, 한벽루에서 본 전주 천변로, 지리산 둘레길 등 다양한 길의 소리를 구현했다.

유장영 단장은 “전북테마공연이다. 이번 자리를 통해 전라북도 가을 자연풍광의 아름다운 뿐 아니라 격동의 역사와 삶의 흔적 등 그 안에 담겨있는 속 깊은 곡절도 찾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대본은 정정원(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각색 및 지휘는 유장영(전북도립국악원 곽현악단장), 연출은 오진욱(새만금상설공연추진단장 역임)
이 맡았다. 무료. 290-5531./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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