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을 한 입 깨무는 순간, 어린 시절 마을의 한 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마들렌처럼 가슴 설레고 기분 좋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사진작가 박선주가 서학동사진관 초대전으로 1일부터 12월 8일까지 ‘마들렌’을 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딸을 찍기 위해 25년 전부터 카메라를 든 작가는 잊히는 것들을 붙잡아두고 싶었고, 고정된 화면 어딘가에서 빛과 리듬 그리고 냄새가 느껴지길 원했다.

그 연장선상인 ‘마들렌’에서는 바람을 막기 위해 세워뒀지만 이내 부서진 판때기들과 찢어진 비닐조각들, 그 위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옹색한 골목, 계단이라고 부르기엔 허술한 층계 등 일상 안에서 소모되고 있는 퇴적물들을 담는다. 간결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는 한 편의 시와 다르지 않다.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9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후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photo+factory 멤버 및 철학아카데미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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