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도시의 지하철은 대부분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생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보면 그 나라 문화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양곤의 순환열차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한 철도를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어 이 열차를 본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모든 나라들이 개발이라는 숙명 아래 첨단 장비가 탑재된 신개념의 열차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실정인데 양곤 도시 순환열차는 시간을 되돌려 1940년대 여행을 하게 만들어 준다.

이 순환 열차는 양곤 시와 주변 위성도시를 연결하는 39개의 역을 거치며 주행거리는 45.9킬로미터이다. 매일 150,000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교통비가 저렴하나 외국인은 현지인보다 20배 비싼 요금을 달러로 지불해야 탑승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순환열차는 내부 바닥과 의자가 나무로 만들어져 탑승하는 순간부터 3시간 동안 과거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지금의 미얀마를 보여주는 듯하다. 도로는 새로 포장을 하고 지나는 역마다 신축 중인 건축물이 즐비하다.

조금만 지나가면 전형적인 농촌과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이 보인다. 또한 역 주변에 형성된 간이시장, 사원과 승려들, 독특한 도시의 명소와 거대한 쓰레기 더미, 자동차 폐차장 등이 혼합되어 지나간다.

객차 안에는 미얀마의 135개 종족이 다양한 모습으로 모여 있다. 눈썹이 강렬하고 이목구미가 뚜렷한 인도계, 피부가 하얀 중국 한족계, 전형적인 황색피부를 가진 버마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침에는 얼굴에 타나카를 바르고 학교 가는 아이, 자랑스럽게 신분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여사원들과 마주친다. 오후에는 몇 개의 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아 이동하는 사람들과 딸랄딸랑 종을 치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다.

양곤의 순환열차를 타는 것은 미얀마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양곤과 주변 도시에 사는 이들의 일상생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사랑스러운 방법이다. 미얀마는 역동적인 나라이며 사람들은 친절하다. 순환열차를 타고 여러 역을 지나는 동안 미얀마 사람이 옆자리에 앉을 수도 있다. 그들과 나누는 미소 속에 대화보다 더 따뜻한 마음이 오고갈 것이다.
다큐 사진가/ 사진집 《I Love Myanmar》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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