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 살면서도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전화로만 하고 있어요. 자칫 병이 옮기면 우리 닭들이 다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숨죽이고 있습니다”
고창군과 부안군, 정읍시 등의 도내 오리사육농가에서 조류인플랜자(AI)가 발병하면서 도내 양계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는 오리에게서만 AI가 나타나고 있지만, 자칫 닭으로 옮겨갈 경우 도내 양계농장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2003년부터 이번까지 다섯 차례 발생한 AI는 지금껏 닭·오리 관련 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이번 AI는 오리에만 나타나면서 양계농가들이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아 보인다.
AI 감역지역이 확산되면서 언제 양계로 AI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최초 발병된 고창의 씨오리 농장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인 H5N8형이다.
또 고창 동림 저수지에서 집단폐사 한 가창오리에서도 같은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까지 피해가 난 조류는 집오리와 가창오리였다.
닭 사육농가에 있는 닭들도 매몰 처분됐지만, 감염됐기 때문이 아니라 감염된 오리농장과 주인이 같아 예방적 차원이었다.
그렇다고 이번에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닭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0년 중국에서 청둥오리와 집오리에서 검출된 H5N8형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결과 닭도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닭 사육 농가들도 자체적으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대한양계협회 전북지부는 농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철저한 방역을 당부했다.
대한양계협회 전북지부 이희완 전무는 “현재 양계에는 AI가 나타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방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양계의 이동을 철저히 자제하면서 일체 움직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는 “같은 마을에서 양계를 하고 있는 농가끼리는 서로 방문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도내 모든 양계농가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육가공업체인 하림과 동우 등은 21일부터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림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동제한으로 인해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피해가 발생됐지만, 21일 12시부터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주문량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동규기자·kdg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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