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자 축구단 '힐링 드리볼'

이병재l승인2014.04.30l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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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군대 축구 얘기에 진절머리를 내던 시대는 지났다. 월드컵을 통해 여성들에게도 많이 친근해진 축구. 이제는 여자들이 축구화를 신고 녹색 그라운드를 누빈다. 주부들의 ‘힐링 드리볼’. 일상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골문에 차 넣는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붙임

자난 27일 일요일 이른 아침. 완주군 삼례 대명아파트 앞, 수도산 체련공원.
봄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운동장에 여자들의 고함이 메아리친다.
‘이리 패스해’ ‘앞으로 나가’ ‘빨리 처리해’ 결국은 ‘아이쿠’ 아쉬운 소리가 이어진다.
운동장에서 한바탕여성축구단 선수들의 격렬한 연습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두 팀으로 나뉘어 운동장 절반만 사용하면서 경기를 벌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여느 프로경기 못지않은 긴장감을 담고 있다.
“빨리 패스하세요”. 젊은 감독은 여자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 하나 체크하며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잦은 헛발질, 미처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놀림 등은 큰 웃음을 선사한다.
초보 축구선수들의 실력은 열정에 아직 미치지 못한 듯 싶다.
“어머니들이 즐겁게 운동하시면서 스트레스를 푸시는 것 같아 저도 즐겁습니다”
현재 축구 명문 완주중 축구 코치를 맡고 있는 김민규 한바탕여성축구단 감독은 어머니들의 어이없는 실수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작전 지시는 꼬박 꼬박 내린다.
“여러분, 다음 달에 생활체육 여자 축구대회가 열립니다. 하루에 2경기를 뛸 수도 있습니다. 체력에 신경쓰셔야 합니다. 특히 훈련 전날 약주 많이 드시지 마세요. 오늘 몇 분들은 어제 마신 약주로 아주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큰 웃음이 터진다.
경기를 마치고 김미경(43)회장의 구령에 맞추어 스트레칭과 PT체조로 이날 아침 6시 30분에 시작된 2시간 30분간의 훈련을 모두 마무리한다.
회원 대부분이 직업을 갖고 있는 여성들로 평소 직장일과 가정살림으로 바쁘고 힘든 형편. 이런 이들의 발길을 매주 일요일 아침 운동장으로 이끄는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한 신체와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자녀들과의 대화이다.
“중학생 아들이 권하더라구요. 축구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아이와 같이 운동장에 나와 공을 차다보니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자연히 길어졌어요. 또 일요일 아침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고 돌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같이 운동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이성례(45)씨의 설명에 유명화(45)씨도 맞장구다. 김미경 회장 동서로 ‘3번만 나가면 된다’는 권유로 참석하기 시작했는데 가족같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제는 안 빠지고 참석한다고 한다.
강옥금(43)씨의 대답은 더욱 구체적이다. “가장 먼저 건강에 좋고, 뛰어 다니다 보니 활기 넘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없어 우울증도 없고, 그리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요”
김 회장은 이제는 도내 시군에서 친선 경기를 가질 때면 선수 남편들이 경기 장소까지 차량을 운전해 주고 아이들과 함께 경기를 구경하고 즐기는 문화가 조성됐다며 여성 축구야 말로 가족간의 정까지 만들어 주는 완벽한 운동이 됐다고 자랑이다.
특히 한바탕여성축구단 선수들은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경남 FC와 경기에서 전북현대 선수들과 손잡고 입장하는 ‘에스코트 걸’로 선정돼 꿈에 그리던 월드컵 경기장을 밟아 보기도 했다.
한바탕여성축구단은 현재 20세부터 최고령인 55세까지 40여명의 여자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축구단 운영비는 회원 당 월 2만원 회비를 걷어 사용하고 있다. 회원 가입은 자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바탕여성축구단에 가입하게 됐다는 ‘젊은 피’ 김은영(24)씨. 선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이 날이 두 번째 참가했던 날.
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통해 운동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꿈을 품은 사람도 있다. 바로 김영기 한바탕여성축구단장이다. 현재 전북축구협회 운영이사인 그는 초중고마다 여자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 완주를 여자 축구의 메카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여자 축구 전국대회를 유치하려는 계획도 과정의 하나다.
그런데 여자 축구는 아무나 할 수 있을까? 운동에 소질이 있고 적극적 참여의식이 많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현재 전주와 완주에는 한바탕여성축구단을 비롯해서 전주교차로 여성축구단. 기린봉 여성축구단 등 여러 팀들이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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