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지역에 청보리(조사료)가 넘처나고 있지만, 수요처가 적어 생산농가들이 울상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조사료 재배 장려 차원에서 직불금을 지급하고, 최근까지 '사료작물 수확 시연회'를 지속하고 있어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전북농협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지역 경종농가들이 수확한 청보리의 판로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전북 부안 K모씨는 논 200㏊에서 청보리를 수확하고 있지만, 예상수확량 4,000t 중 절반가량은 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청보리·이탈리안라이그라스·호밀 등 지난해 가을 파종한 조사료 작물은 올봄 대풍을 이뤘다.
반면에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사놓은 볏짚양이 많아 올해 수확한 조사료 구매에 미온적이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봄 39만300t의 조사료를 생산했으나, 올봄엔 이보다 최소 10~15%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사료 작물 주산지인 전남지역도 올봄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5~3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경남·충남지역 역시 생산량이 늘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강원·충북 등 그동안 재배를 하지 않던 지역도 조사료작물 재배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부터 조사료작물 재배를 권장하는 전국 순회교육을 최근까지 진행했으며, 조사료 생산 농가에 조사료작물 종자비, 사일리지 제조비, 40만 원의 직불금(1㏊당)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북 구미시에서 '사료작물 수확 시연회'를 개최했는데, 구미시는 2001년부터 조사료 생산단지 68곳을 운영해 연간 2,200여㏊에서 2만2천여t의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조사료 생산을 늘린데다가, 올해 기상 여건이 좋아 전국적으로 사상 최대의 조사료 생산량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대다수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수확기에 볏짚을 대량으로 구매한 결과 아직까지 재고량이 상당량 쌓여 있어 올해 수확한 조사료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농협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공급 희망량은 11만t으로 전년대비 4만7,000t 늘었지만, 구매 희망량은 3만3,000t으로 지난해(6만3000t)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수입조사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산 조사료 사용을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당 수입조사료 단가는 티모시의 경우 지난해 평균 527원에서 올 1/4분기 495원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산 조사료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농업인들은 재배를 해봤자 생산비 건지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엔 동계 조사료로 만든 곤포사일리지 1㎏당 가격이 140~150원이었지만, 올해는 110~120원까지 내려갔다가 현재 100~110원으로 떨어졌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90원 선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도내 생산 농가 및 농협 관계자는 "조사료 가격 하락을 언급할수록 시장 가격이 떨어지게 돼 속만 끓이고 있다"며 구체적 상황 설명을 회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조사료 생산단체 관계자는 "재배농가들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더라도 1㎏당 120원 이상은 돼야 수지를 맞춘다"며 "지금은 생산지를 확대할 때가 아니라 소비확대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축산농가 관계자도 "조사료 가격이 폭락할 경우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하게 되면서 축산농가의 고민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며 시급한 수급안정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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