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의 노동자 시인 혹은 카프카 시인으로 오인된 김창술의 생애와 작품세계가 바로잡힌다. ‘김창술 시전집’이 그것.

신아출판사(대표 서정환)가 지역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올바르게 복원하고 문학사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한 ‘지역작가총서’의 일환으로 ‘이익상 문학전집(4권)’ ‘유엽문학전집(4권)’ ‘전북문학자료집’에 이어 11번째로 출간됐다.

이번 주인공 야인 김창술(1902~1953?)은 전주시 중앙동에서 전도강김씨 이강공계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보통학교 졸업 후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남부시장에서 순창상회라는 포목상을 운영하는 등 비교적 여유 있게 생활했으며, 김월순과의 슬하에 4남 3녀를 두고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후 서울이 수복되자 식구들과 함께 상경했는데 외출한다고 집을 나선 뒤 행방불명됐고 유족들은 가출일자에 즈음한 1953년 11월 15일을 사망일로 추정해 봉제사하고 있다.

작품세계의 경우 초기에는 향수를 담보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낭만성과 상상력을 보여줬다면 시간이 갈수록 외세 강점을 직시하면서 반외세 민족해방의식과 반봉건 계급해방의식을 양축으로 당대 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

책은 2002년 문예연구사에서 나온 ‘김창술 시전집’의 수정증보판으로 그의 전 작품을 발표순으로 묶되 제1부에는 시를, 제2부에는 산문을 실었다.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의 오해를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종전 한국문학사에는 경제적으로 가난했다고 서술됐지만 사실상 여유가 있었고, 현존하는 한국근대시사에서 사망연도가 1950년도로 기술됐지만 확실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카프카 시인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개된 것이며 그에게 마르크시즘이란 민족해방의 이념적 수단이었을 뿐 정치적 신념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는 민족 구성원들이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화해하는 평등 세계를 구현하는 등 그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구축하려 한 이념의 특성에서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선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작품세계를 망라한 평론, 자식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를 기록한 ‘아버지 야인 김창술’이 더해져 이해를 돕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편저를 맡은 문학평론가 최명표는 “오로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외래 담론을 선택했고 시적 실천에 복무했던 신념의 시인이자 지사였다”면서 “최초로 공개되는 전기적 사실과 사진자료를 통해 시문학사의 오류가 바로잡히고 나아가서 한스러운 역사의 뒤안길에서 살다간 파란만장한 실체적 삶이 복원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60쪽. 10,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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