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전북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가 광주은행을 최종 인수한 가운데 광주시장이 ‘시금고 교체’라는 분풀이에 가까운 으름장 놓기 식의 압박에 나서면서 경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지역금융계 등에 따르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사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은행과 비슷한 처지인 경남은행도 지역에서 자치단체 금고문제를 재고하고 있다”며 “(광주은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이 판단하지 않겠냐”고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시장이 “광주은행 성장 배경에는 자치단체의 금고 역할 제공과 지역민과 중소 상공인, 지자체의 향토 은행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한 뒤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JB금융지주가 ‘자행출신 은행장’을 요구하고 있는 광주지역 민심을 거스를 경우를 대비한 경고로 해석된다.

윤 시장이 ‘JB금융지주에 편입된 광주은행이 제역할을 못한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한해 3조5000억원을 주무르는 시금고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단체장의 한마디는 JB금융지주로써는 큰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본논리에 밀려 광주은행이 전북은행과 같은 J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더라도 앞으로 경영상태를 지켜보고 언제든지 시금고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하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윤 시장은 시금고 지정을 비롯해 해당지역에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광주은행 출신 은행장 문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과 함께 평소 끊고 맺음이 없는 윤 시장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금융계 등에서는 법적, 행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에서 편입 완료 시점에 맞춰 뾰쪽한 대책도 없는 윤 시장의 ‘분풀이’ 행동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JB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예금보험공사에 광주은행 인수잔금을 지급, 예보가 보유한 광주은행 주식 2923만5500주(지분 56.97%)를 인수해 상황은 종료된 상태다.

더욱이 윤 시장이 광주은행 인수와 관련, 모든 절차가 종료된 시점에 해당은행과 유사한 경남은행을 예로 들며 ‘시금고’ 압박카드를 들고 나온 행동자체에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깨뜨렸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김동근 전북대 교수(상법·한국기업법학회 이사)는 “기업 경영권을 놓고 광역자치단체장의 ‘불매할거다’라는 식 발언은 지역을 대표하는 장(長)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위해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는 향토기업에 관(官)이 개입한다면 (어느 기업이)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JB금융지주는 잔금 지급으로 지난해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방안 발표 후 약 15개월 만에 인수를 마무리해 총자산 규모 40조원, 자회사 4개(전북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광주은행), 점포 266개, 임직원 2800여명을 보유하게 됐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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