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도매가격이 폭락해 밭을 갈아엎을지 고민인데, 도민들이 김장을 조금이라도 더 담갔으면 좋겠습니다."
"배추가격이 폭락했다는데, 시장에서 김장비용이 지난해와 비슷해 김장을 더 담그기가 어렵네요"
전북지역 한 배추생산농가와 전주시 주부 L모씨(48)의 엇갈린 김장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을배추 재배면적 확대, 작황호조 등으로 11~12월 배추 생산량이 전년대비 12%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10월 평균 도매가격도 10kg(3포기) 상품이 3,634원(중품 2,528원)으로, 전년동기 4,161원(중품 2,698원)보다 13% 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에 지난해보다 배추재배면적을 크게 늘린 도내 생산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생산비를 건지느냐 못하느냐 하는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이달 5일 배추가격이 전년대비 0.5% 떨어지는데 그쳤다. 무 가격도 1% 떨어졌을 뿐이다.
반대로 흙생강 120g은 926원으로 전년대비 48.4% 올랐고, 굴과 멸치액젓 등이 전년대비 각각 12.4%, 4.5% 오르면서 5일 기준 전통시장에서의 김장 비용(4인 기준)은 17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0.3%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는 약 500원 적어진 것으로 실제론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또 대형마트에서의 김장 비용이 전년대비 1.2% 가량 떨어졌다고 하지만, 크게 하락하지도 않았고 전통시장에 비해 여전히 비싼 21만4,000원(4인 기준)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형마트는 쪽파(2.4kg) 및 흙생강(120g)을 전통시장보다 약 40% 가량 비싸게 팔고 있으면서도 올해 가격을 전년대비 각각 41.8%, 62.9%씩이나 올렸다.
대형마트는 대량수매의 영향으로 배추와 무의 소비자가격을 전년대비 각각 12.6%, 7.5% 내렸지만, 갓과 멸치액젓을 전년대비 32.4%, 15.5%씩 올리면서 올 김장가격이 전년과 비슷한 21만3,873원이 소요되도록 했다.
올해 김장 예정량 또한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김장비용마저 지난해와 비슷하다면 농민이 원하는 정도의 김장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시장격리 및 폐기 등을 통해 전년보다 추가 생산된 12% 중 일부분을 해소한다면 농민의 수확걱정은 사라져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산지 배추가격은 여전히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예측보다 예상 생산량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보통 물동량이 10% 늘어나면 가격이 2배 이상 움직이는 농산물 특성상 산지 배추 도매가격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전북지역 배추농가의 어려움이 확연해지고 있는데, 김장비용은 전년과 비슷한 이유를 소비자들은 궁금해 한다.
L모 주부는 "정부가 채소류 및 양념류의 충분한 출하로 김장비용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김장을 한 포기라도 더 담가서 가계경제에 도움을 받으라고 하는데, 지난해보다 얼마나 도움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제불황 속에서도 어려운 전북농민을 위해 김장을 더 담그고 싶었지만, 소매가격이 작년과 동일해 전년 수준의 김장을 담가야 한다"며 "생산자는 적게 받았다고 말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지불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차익은 어디로 갔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유통구조의 불투명함을 지적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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