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 11일이면 빼빼로의 막대한 공격이 이어지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가래떡의 방어는 초라하기만 하다.
10일 전북농협 및 전주지역 대형 유통업체 등에 따르면 11월 11일 유통업체들의 빼빼로 행사 일정에 맞춰 전북도, 전북농협, 전북여성소비자연합 등이 시민들에게 가래떡을 나눠주며 '우리 쌀 사랑' 홍보를 벌일 예정이다.
11월 11일을 빼빼로(일명 '빼빼로 데이')에게 선점당한 농협이 과자 대신 쌀로 만든 고유음식 '가래떡'을 선물로 나눠주며 우리 쌀 사랑 정신을 고취시키고 소비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자구책으로 만든 행사 '가래떡 데이'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이미 승패가 갈려 보인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빼빼로 데이의 마케팅 효과가 발렌타인 데이(연인끼리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보다 9배 이상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빼빼로 데이 일주일 전부터 당일까지의 매출이 직전주 매출보다 8,308% 증가하는데, 이는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 매출 919%의 9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빼빼로 과자(막대형 초콜릿 과자)는 연인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매출증대 효과가 크다는게 롯데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 듯 11월 11일이 다가오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편의점, 동네슈퍼, 제과점, 기업체 로비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빼빼로 행사에 돌입한다.
1주일 매출이 직전주 매출의 83배까지 치솟거나 비슷한 효과를 준다는데, 이 시기를 외면할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농협 및 전북도 등은 11일 전북대학교 구정문과 전주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가래떡 나눠주기 행사를 진행한다.
소비자 단체도 행사에 참여해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떡을 나누며 건강한 기념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그런데 가래떡 행사가 갈수록 초라해 보인다.
농협중앙회에서 책정한 전북농협 행사비용은 200만원이 전부다.
80kg 쌀(20만원) 2가마니로 떡을 만들고(떡 한말 5만원), 현수막 걸면 끝이다.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얼룩진 전통없는 기념일 대신 하얀 쌀로 빚어 우리 식생활에 맞는 음식인 가래떡을 서로 선물함으로써 우리 쌀 사랑정신을 고취하자는 취지를 알게 되는 사람도 대학생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농협이 우리 쌀 사랑 행사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고, 대상도 시민, 대학생, 공공기관 등 전방위적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도 유례 없는 빼빼로에 맞서 전통있는 가래떡으로 승부를 거는 기념일인데, 마지 못해 형식적으로만 관련 단체가 나서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는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전주시 J모 주부(48)는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시장개방 등으로 농도 전북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알려지기도 힘든 초라한 '가래떡' 기념일 행사를 준비한게 아니냐"며 "식량주권이라는 거창한 명분보다 수확기에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 벼 농가를 위해서라도 쌀 소비 행사를 준비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980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134kg이던 것이 1990년 119.6kg, 2005년 80.7kg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67.2kg으로 줄어 70kg대가 무너졌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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