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 사는 A씨(57·여)는 최근 자신의 JB전북은행 통장 계좌의 자동이체 등록 상태를 보고 화들짝 놀랬다. 수년전 이용이 끝나 계약이 해지된 정수기 랜탈 납부료가 여전히 ‘정상’ 상태로 남아있고 업체 전산에는 ‘청구중지’로 돼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미 랜탈 약정기한이 만료돼 거래가 전혀 없는 상황인데 무슨 이유로 아직까지 자동이체가 연결돼 계좌에 남아 있는지 불쾌하다”며 “언제든지 업체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돈을 꺼내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자동이체’ 관리가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권리보장 정책을 비웃듯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통장 자동이체가 가입은 쉬운 반면, 해지는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국내은행 등에 따르면 통장 자동이체는 납부자의 신청에 의해 거래은행이 일정기간 동안 매달 납부자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업체 등이 지정한 은행의 예금계좌(수취계좌)로 입금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로종이 없이 정기적으로 송금이 가능한 편리함 때문에 할부금 납부는 물론, 보험료, 학원비, 아파트관리비 등 각종 요금청구의 납부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납부자와 업체 간에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도 납부자 통장에 여전히 잔고가 남아있을 경우 인출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남아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B씨(59·여)도 편의상 아파트 관리비를 급여통장인 전북은행에 자동이체 되도록 해놓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지난 5월 전주시 서신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이사를 한 상황에서 최근 해당 통장을 확인하다가 매달 수십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아파트 관리비 명목으로 인출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B씨는 해당 은행과 관리사무소에 따졌지만 ‘이사할 때 관리비 자동이체를 해지하지 않은 당신 잘못이 크다’는 등 오히려 탓을 하는 황당한 상황에 울분을 토했다.

각종 서비스 대금을 자신의 계좌에서 자동 이체해 오던 금융고객이 계약이 종료됐다 하더라도 출금되지 않아야 할 곳의 자동이체는 바로바로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최근 모든 종류의 자동납부 조회 및 해지를 인터넷뱅킹으로 가능하도록 했지만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상당수 금융고객들은 계약종료와 함께 자동이체도 해지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계약종료와 함께 자동이체도 자동으로 해지되는 등 세밀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관련기관의 개선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총괄팀 관계자는 “통장 계좌는 원칙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관리해야 된다”며 “자동이체 현황은 인터넷뱅킹이나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해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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