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웅 작가가 전시와 아트페어 일정으로 자주 오가던 부산 삼북대로에서는 벽화마을이 보인다.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부터 부산을 대표하는 달동네로 꼽혔으나 이곳저곳이 벽화로 꾸며지면서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한 벽화마을에는 사연도, 이야깃거리도 많다.

그의 주요재료로 작품의 선이자 면, 색이 되는 책 또한 시집과 수필집, 소설책, 연구서, 고서부터 최근 신작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막론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책으로 그린 부산 벽화마을에는 좀 더 특별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거 같다.

스무 번째 개인전 ‘책으로 그린 자연 이미지’가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초대는 26일 오후 6시. 100호 대작 4점을 비롯한 다양한 크기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담아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강조해 온 작가는 꽃, 새, 나무를 주로 그렸으나 올해 초부터 마을과 도시까지 담고 있다. 이 또한 자연의 일부이고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다고 여겨서다.

대표적인 장소는 부산 삼북대로에서 바라본 벽화마을이다. 낮이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밤이면 고요함으로 도시의 쓸쓸함을 전하는 등 시간별 마을과 도시의 모습이 원경으로 펼쳐진다. 노송, 달밤 겨울산, 겨울나무도 만날 수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모아온 책으로 구현된다. 책을 펼칠 수 없게 옆면을 본드로 봉한 후 칼질하고 토막 내 얇게 잘라낸 다음 붙이는 방식. 일반 회화와는 다른,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인 재질이 자연의 생동감과 현재성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서로 뒤섞이고 재구성되는 과정은 자연의 이치와 맞닿는다.

전주대 미술대학과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반영 미술상, 전북 청년미술상, 한무리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및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전주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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