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도의회 행정감사와 문화예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전북도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낳고 있다.

지금껏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축제 정체성과 집행위원장의 역량을 보여주는 방편으로 개막작에 집중해왔다. 매년 2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자했지만 주제나 완성도 면에서 주목받은 경우는 드물었고 일회성에 그쳤다.

그러던 중 올해 개막작 ‘청-Alive'가 등장했다. 심청가 속 판소리에 뮤지컬, 콘서트, 영화를 접목한 다소 파격적인 형식의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파장을 일으켰다.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다.
현재까지도 결론지을 순 없지만 관심 밖이던 개막공연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은 시도였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리축제 개막공연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역문화예술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최근 도의회 행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하지만 전북도에서는 특별한 반응이 없다. 한 번 올리는 데 1억 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공연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상설공연과 전북브랜드공연의 예산확보도 힘들었지만 현재도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소리축제 개막작 상설화 문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적은 예산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리의 고장 전북을 담고 있어 사장돼서는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이다. 한 지역문화예술인은 “올곧은 소리를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우리 고장과 여러 면에서,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면서 “도내 젊은 소리꾼들에게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도민들이 말로만 듣던 판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더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다만 방향은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설공연 대신 앵콜공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도내에서 선보이는 것. 현재 진행 중인 상설공연들의 회당 예산이 200만 원을 밑돌고 공연장 규모도 작다고 했을 때, 회당 지출이 2,000만 원에 이르고 장면 전환 등의 이유로 대규모 극장에서만 가능한 소리축제 개막공연을 상설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1년에 두 차례 정도 올린다면 공연을 사장시키지 않고 도민들에게도 판소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문화예술기획자는 “공연 재활용과 도민 문화예술향유가 취지라면 가능하리라 본다. 또 소리축제 인력들이 축제 기간을 제외하곤 그처럼 바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한 차례 서울에서 선보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전북의 브랜드 격 공연을 서울 대규모 극장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면 소리축제 나아가 전라북도를 알리는 데 효과적일 거라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예산의 경우 어차피 추경으로 넣어야하기 때문에 당장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 뿐 고려하고 있었다. 일단 상설공연은 어렵지만 각 시도에서 순회공연하는 건 찬성”이라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도 수렴해 정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조직위도 예산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공연이 사장되지 않도록 전북도와 조직위, 전북도민 모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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