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미감과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추상 양식을 결합해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여 온 한지작가 문복철(1942-2003). 그를 추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2014년 기획전으로 2일부터 14일까지 ‘고 문복철’전을 진행한다. 올해 하반기, 한지 분야에 공헌한 이들을 대상으로 기획전을 열고 있는데 문복철, 이일수 순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에 참여한 문복철은 군산 출생으로 군산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홍익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마쳤다. 이후 우석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향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한편,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한지를 작업 재료로 사용하는 등 특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를 기리는 전시는 1960년대 실험기에 제작한 앵포르멜 추상작품과 1990년대 초반 한지의 물성 및 추상성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행위의 흔적을 남기는 한지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연작 ‘삶의 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모두 18점.
작업 경향은 여러 비평가들에 의해 다섯 시기로 구분되는데 ‘실험기와 앵포르멜 추상(1962-1978)’ ‘초기 단색조 추상의 한지작업 시기(1979-1987)’ ‘기하학적 추상과 한지작업 시기(1988-1991)’ ‘단색조 추상의 한지작업 시기(1992-1998)’ ‘후기 추상표현의 한지작업 시기(1999-2003)’다.

대학 재학 중 앵포르멜(Informel․이전의 기하학적 추상을 거부하고 미술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 추상화로 국전 입선 후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 작가는 고향으로 내려가 앵포르멜 추상을 다시 시작한다.

1976년 캔버스에 은박지를 사용하면서 형태의 비정형을 실험한 데 이어 처음으로 한지를 사용한다. 한지의 물성과 단색조 추상의 조형적 모색을 통해 자기세계를 확립해 나간 것.

1980년대 후반에는 캔버스라는 사각의 틀에서 벗어나 공간화를 추구하려는 미니멀리즘 작업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1990년대에는 절정기이자 완숙기에 이른다. 이 시기에 대표작들이 제작되고 한지 물성과 삶을 주제 삼은 추상 회화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다.

남도 판소리와 연결된 춤과 소리 등 한국적 정서는 물에 녹인 한지를 캔버스에 한 겹 한 겹 붙여 나간 다음 손과 붓으로 붙이고 칠하고를 반복해 구현된다. 표면 위 한지는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나 붓질에 의한 터치와 행위의 흔적은 강인하게 다가온다. 오랜 세월 한지라는 한 가지 소재를 고집하면서 한지 물성을 다양하게 표출하고 또 극대화한 작가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완순 관장은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한지 물성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미술가다. 전시를 통해 고인의 불꽃같은 정열과 호방한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생전에 정을 나눴던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꿈과 희망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초대는 2일 오후 5시 30분./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