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의 나이에도 매년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 정창근의 신작 ‘마자수의 별이 되어’의 주인공은 특별한 인연을 통해 겨레와 나라를 살린 통역관 홍순언(1530~1598)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누군가의 역할이 컸는데 바로 중국판 심청인 류씨 소녀다.

명나라에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딱한 사연을 가진 류씨 소녀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사비와 공금 일부를 건넨 그는 공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후 북경으로 가는 사신단 일행에 합류해 명나라의 대명회전에 잘못 기록된 조선왕조 가계도를 수정하는 변무 임무를 맡게 된다.

북경에 도착하니 종계변무 수장인 예부시랑 석성이 직접 마중 나왔는데 알고 보니 몇 년 전 자신이 구해줬던 류씨 소녀가 석성의 부인이 됐고 그 은혜를 갚고자 직접 마중 나온 것.

그것이 빌미가 돼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양반이 된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는 당시 병부시랑인 석성을 움직여 파병을 이끌어내고 전란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은 인간애를 통한 민간외교 즉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하는 류씨 소녀와의 일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한편, 이 과정 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홍순언의 딸 소저와 그의 집 가복이었다가 사위가 되는 천대길의 사랑, 조선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석성, 지원군으로서 전장을 누빈 명나라 장수 편갈송 장군 및 가족들이 조선에 귀화해 한 씨족의 시조가 되는 과정이 잇따른다. 더불어 수많은 민초들이 역사의 질곡을 감내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 법과대학 졸업 후 교직과 언론에 몸담았다. 독일에 체류하다가 떠난 지 20여년 만인 1997년 영구 귀국해 작가생활에 전념 중이다. 중편소설 ‘솟아난 노래’와 장편소설 ‘소설 정여립’ ‘슬픈 제국의 딸’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등을 펴냈다.

지식산업사. 455쪽. 15,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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