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발연 집중 진단 <상 > 왜 이리 곪아터졌나

2005년 4월, 당시 전북여성발전연구원과 통합한 새 전북발전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강현욱 도지사가 개원식에 참석하며 기대를 모았던 ‘통합 전발연’은 지역개발연구소와 여성정책연구소 등 2개의 연구소를 두고 지역 주요현안에 대한 장기 비전과 각종 정책발굴 등 지역발전을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개원 1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4일 전북도 특별감사를 통해 발가벗겨진 전발연은 사실상 존폐기로에 서있는 상태다. 낱낱이 밝히기 위해 감사를 시작했던 전북도 감사관실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각했던 곪아터진 전발연의 환골탈태를 기약하며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편집자주

“기관 존립이유를 상실한 전발연의 각종 연구자료를 그대로 믿어왔던 도민들과 이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한 공무원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다”

25일 전북도청사에서 만난 공무원 A씨(38)는 전발연의 비리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고 충격과 함께 맹비난했다.

전북도 감사관실이 전날 발표한 특별감사결과는 예상보다 비위정도가 심해 한 차례 연장하며 진행했을 정도로 지적사항이 수십건에 달한다. 감사결과보고서를 받아든 도청 출입기자들도 큰 충격일 정도로 각종 비리가 담겨져 있었다.

수십억원의 인건비를 제멋대로 집행하고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임 원장에게 매달 수백만원을 지급했는가 하면 법인카드로 ‘단란주점’을 이용했다.

여기에 기관의 존립기반인 ‘신뢰도’는 엿 바꿔 먹듯이 각종 보고서와 연구과제를 제멋대로 수행하고 입맛대로 작성했다. 연구원이라면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야 할 연구 내부자료는 분실했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엉망으로 관리하는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이기 때문에 3년마다 전북도로부터 정기 재무감사를 받아왔지만 감사관실 누구하나 잡아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봐주기’식 감사가 대표적 원인이라고 꼽고 있기도 하다.

도지사 측근들이 전발연을 들락날락하면서 당초 설립목적인 지역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 민선 5기 시절 전발연 원장(4대)을 역임한 익산지역 한 사립대학 교수는 출근이나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매달 220만원을 5개월간 지급받았다.

도 일부 하위직 공무원들마저 연구원을 함부로 대할 정도로 기관 위상도 계속해서 추락했다. 전발연 연구원들이 각종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짜깁기식 보고서가 중간에 걸러지는가 하면 연구용역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치면서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아예 능력을 의심받을 정도로 함량미달인 일부 연구원이 전발연에 흘러 들어오면서 수준미달인 연구자료들은 쌓여갔다.

특히 복무기강은 추락할 대로 떨어지면서 연구원 상당수가 원장 허가없이 수백회에 걸쳐 대외활동을 위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 대가를 받는 대외활동인데도 별도로 출장여비를 청구해 ‘뻔뻔하게’ 타먹었다.

이처럼 자체 자정기능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터질 대로 방만하게 운영된 전발연에 대한 전북도의 특별감사를 놓고 책임론과 함께 정치적 셈법으로 해석하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배 전북도 감사관(국장급)은 “특별감사에 돌입하게 된 계기는 지역언론에 비춰진 전발연의 비리가 흘려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감사공무원의 직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논란이 큰 만큼 전 부서원이 설 연휴를 반납하고 감사원칙에 따라 특별감사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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