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창조물

신동화 전북대명예교수

감미로운 봄바람이 마음 저 밑바닥에 감춰져있어 잊혔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계절이건만 맞이할 때 마다 평생 처음 맞는 것처럼 또 다른 설레임이 인다. 새롭게 돋아나는 감미로운 연두색 이른 새싹과 남쪽 양지바른 산기슭에 앙증스럽게 핀 작디작은 보라색 별꽃의 자태에서 생명체의 경이로움을 다시 느낀다. 이어서 매화, 복숭아 등 아름다운 봄꽃 향연이 펼쳐지고 벌 나비도 제 몫을 하기 위해 분주히 이 꽃, 저 꽃 사이를 넘나들겠지.
이런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와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독특한 자기의 역할과 자태를 찬찬히 보고 있자면 이들 모습과 하는 일이 어느 것 하나 꼭 닮아 같은 것이 없으니 신비롭기 까지 하다. 가까이 있는 복숭아 꽃, 매화꽃을 자세히 보자. 꽃잎과 꽃술을 눈여겨보면 어느 꽃 하나 옆의 꽃과 꼭 같다고 할 수 있는가? 이어서 꽃이 지고 맺히는 열매의 다름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돋아나는 잎사귀들도 하나 같이 자기만의 모양과 특징을 갖고 있으니 이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일별 같으나, 같지 않은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말하여 이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하였던가? 이와 같은 다름은 식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우리 인간도 찬찬히 관찰해보면 어느 하나 꼭 같은 개체가 있는가?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도 얼핏 보기에는 같아 보이나 부모는 정확히 구분하니 어딘가 다름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이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비교되지 않게 독특한 다른 모양과 할 일을 갖고 있다. 같지 않은 모양만큼 그 성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같을 수가 없다. 이렇게 생명체는 태생적으로 독창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하고 생각하기를 강요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전제 국가나 독재국가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통일된 행동과 의사만을 강요하는 경우를 본다. 겉모양이 다른 만큼 우리 마음과 생각하는 방법 등이 서로 다름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모든 생명체가 서로 같지 않음을 알고 나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고 독특함으로 나를 특징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쳤다는데 그 안에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 세상에 나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한 존재이며 그만큼 귀하디귀한 창조물이다.
신학기가 되면 장래희망의 꿈을 안고 새 삶을 열기위해 많은 학생들이 여러 배움의 터에 들어선다. 그들의 오진 꿈과 희망이 그들 뜻대로 이루어지길 빌면서도 한편으로 몇 년의 힘든 과정을 인내하고 노력하여 바라는 성과를 이룬 졸업생들에게는 영광과 함께 배움의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여 좌절을 맛보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든다.
이 자연에는 필요 없이 생명체로 태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숲속에 들어서면 그 많은 나무와 벌레들 모두가 같이 어울려 제 몫을 하고 있으며 각자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 큰 나무 아래에는 커 갈 작은 나무가 앞으로 올 날을 준비하고 있고 낙엽 밑에는 여러 생명체들이 자기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어울려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우리 인간 사회도 숲이 그렇듯이 서로 다른 삶들이 어울려 있고 할 수 있는 역할도 같지 않다.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분명히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꺾임 없이 기다리고 노력하면 나에게 맞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그 역할을 바탕으로 가정을 이루고 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삶의 보람도 느끼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만의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줄기찬 노력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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