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적, 곧 문화적 자양분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디지털 기계문명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현대인들의 정서는 오히려 더 고갈되어가고 정신은 더 혼탁해져 가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세대의 최대 수혜자답게 오로지 첨단 통신기기에 얽매여 있다.
이에 영합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정보통신기기 제작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더 빠른 속도의 모델을 출시했다고 선전을 한다. 그 단 몇 초의 빠름을 가지고 소비를 부추기고 오락으로 가득 찬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그래서 그 분야 산업이 대기업의 실적을 올리는 최대의 수단이 되고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는 것을 우리는 그저 경제가 성장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인간 본연의 정서 그리워

그러한 디지털 범람 속에서 대중교통의 상징인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를 탄 거의 모든 도시인들이나 복잡한 거리를 오가는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눈은 스마트폰에, 귀에는 이어폰을 달고 다닌다. 아마 그들이 즐기는 것은 십중팔구 대중적 오락물일 것이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신문이라도 펼쳐보던 흔한 광경도 점차 어색해져 가는 느낌이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그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시대가 첨단화된다 할지라도 인간 본연의 정신과 정서는 한결같을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 본연의 정서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가치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속에서 인간은 자존감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 지금처럼 기계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다보면 일찍이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기계화되고 획일화된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성 자체가 사라진 환경에서 과연 행복감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문화로 사회의 건강성 확보 필요

요즘 우리사회에 ‘힐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 단순한 유행어 같지만 그 말이 지금 우리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장수를 누리며 최고의 첨단 혜택을 향유하는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이 ‘치유’에 갈급해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외형적으로는 풍족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갈급한 것이 많다는 반증이다. 물질 영역의 ‘삶의 량’은 화려해졌지만 갈수록 정신 영역의 ‘삶의 질’이 오히려 얕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난 후 부모들이 느끼던 ‘빈 둥지 증후군’이 이제는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허전함과 공허함을 안겨주는 현실로 다가와 있다. 그렇기에 힐링의 필요성이 강렬해지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을 부추기는 디지털의 힘보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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