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전북대 명예교수)이 개관 9주년 기념으로 최명희(1947-1998)의 소설 「제망매가」를 주제로 한 삽화전을 마련했다.
「제망매가」는 1985년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월간지 『전통문화』에 8회 연재(원고지 640장)되었지만, 잡지의 폐간으로 집필이 중단된 미완성 소설이다. 한 여성 명창(안향련)의 가련한 죽음에 대한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로, 연재 당시 큰 호응을 얻었지만, 연재가 중단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잊힌 작품이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판소리와 춤, 무가와 무속신앙, 1960년대 전주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학과 민속, 음악과 춤, 지역학과 문화인류학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참여 작가는 판화가 유대수 씨(52)와 서양화가 황진영 씨(33). 전주가 고향인 두 작가는 작년부터 이 작품을 읽고 전시를 준비했다. 판화와 펜화(라인드로잉)로 표현된 삽화들은 각각 10점씩 모두 20점. 모든 작품의 제목은 ‘목청 하나는 타고 났구나’, ‘참말로 봄이 왔능게비구나’, ‘똑 흰 봉황새 맹이다’, ‘원혼의 지전을 타고 황홀하게 춤을 춘다’와 같이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정했다.
작품의 배경인 1960년대 전주천 인근에 살았던 유대수 씨는 “「제망매가」를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이 보였다.”면서 “소설을 읽을 때나 판화 작업을 할 때나 자욱하게 떠오르는 지난 풍경들에 아련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최명희문학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했던 황진영 씨는 “봉련의 삶을 통해 판소리를 묘사한 작가 최명희의 도저하고 섬세한 글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들이 얽히고설켜 선 하나를 그냥 그을 수 없었다.”면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에 비추어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느끼고 삶의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리는 사람에게도 큰 위로이며, 이 전시의 최대 기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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