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시인이 여섯 번째 시선집 ‘산과 꽃의 만남-그린 산과 열린 꽃’을 펴냈다.

모두 8부로 구성된 책은 시와 1, 2수필집을 합본해 주제별로 엮은 것이다. 전주팔경부터 산, 꽃, 어머니, 칠전팔기의 삶, 놀이문화와 노래 부르기. 기행수필,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인생과 작품세계, 관심분야가 오롯이 담겨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고향인 전주를 떠나지 않고 있는 만큼 전주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작업특징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자연 속의 역설을 가미한 서사의 완숙함과 소리의 경계점이 꼽힌다.

사색과 단어배치를 통해 자연의 서정성과 인간의 이치를 두루 담아내는 한편 실감나게 묘사하고, 세상의 수많은 소리를 곳곳에 활용하는 데서 알 수 있다. 단어의 경우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토대로 어법을 순화하고 이에 맞는 장단의 호흡과 박동의 간격을 조정, 언어적 감흥을 극대화한다.

더불어 삶의 조각들을 덧입힌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끼는 점들을 그 때 그 때 쪽글로 모아 덧칠하는데 세상에서 포착한 자신의 삶 자체를 작품에 그려 넣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을 문학으로 해결하고자 함이다.

시각적 시화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이 눈에 보이는 듯, 살아 움직이는 듯 표현해낸다. 가령 연작시인 전주팔경에서 전주지역의 아름다움이 구석구석 눈에 보이는 듯하고 그 속에서 풍류를 느끼고 싶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서평을 맡은 문학평론가 송귀영은 “자연현상을 다른 특정장소에 이식해 또 다른 형태로 의인화해서 그 정경을 사실적으로 현실감 있게 묘사한 기법을 응용한다”면서 “또한 삶의 조각을 기성 언어술사답게 경물에 이론을 추스르는 표현기법을 도입함으로써 능란한 솜씨가 증명된다”고 밝혔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도내 중고교 교사를 지냈으며 1988년 ‘예술계’에서 ‘하얀폭풍우’ 외 1편으로 신인상을 수상, 등단한다. 책으로는 ‘날개, 날개여’, ‘신의 사람이?…다운 싶다여!’ 등이 있고 제17회 백양촌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서출판 빛샘사. 179쪽. 11,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