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의 하나가 바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다. 멀리 삼국시대부터 중앙정부에 해당하는 조정은 나라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통제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고려와 조선조 때는 특히 세계 여러 나라들이 봉건제도나 시민혁명을 통해 어느 정도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있었지만 이 두 왕조는 오히려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역사가들은 이를 놓고 분분한 해석을 한다. 그중에서도 외침의 위협을 든다. 위세 등등한 중국 통일왕조나 북방 유목민 제국들이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노리는 형국에서 이에 맞서기 위해 중앙집권체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은 모든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데는 아주 적합한 체제다.
  해방 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헌국회에서 만든 지방자치 관련법은 이런 저런 이유로 시행되지 않다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잠시 부분 실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5·16으로 지방의회가 폐지되고 이후에도 정치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고 경제개발을 위해 보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뒤로 미뤄졌다.
  지방자치가 빛을 본 건 겨우 1991년4월이었다. 지방의회가 다시 구성된 것이다. 다시 1995년에는 민선지자체장 선거가 이뤄짐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이 땅에 뿌리내렸다. 작년 7월 치러진 지방선거는 민선 6기 지방정부였다.
  올 6월은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년이 되는 시점이다.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을 어떠할까.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243개 광역 기초지자체 중 자체 수입으로 직원 월급도 못주는 곳이 126곳으로 전체의 52%에 이르렀다. 재정자립도도 올해 45.1%로 20년전 63.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재정만이 아니라 인사권 등 여러 권한 면에서도 겨우 20%정도 지방 이양이 이뤄졌다.
  물론 상당 폭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돼 작년 실시한 지방행정연구원 여론조사서 국민 86%가 지방자치 실시에 동의했다. 거기에 주민감사청구제도 등 제도적 정비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지자체 살림살이에 결정적인 돈이 대부분 중앙정부의 손에 있다는 것은 암담한 일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지방의 자주재정권 확대 요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집권체제의 고착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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