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상설공연 붐이다. 전주권에서 관광객들을 겨냥한 것만 보더라도 전주문화재단의 전주마당창극,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 상설공연추진단(이하 상설공연추진단)의 전북관광브랜드공연, 국립무형유산원의 토요상설공연이 있다.
  최근에는 한옥마을 내 평일야간상설공연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전주시립극단도 상설공연물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데다가 완성도 또한 낮아 너무 성급하게 확장시킨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전주권 상설공연 전반의 수준저하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명소로 급부상함에 따라 전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볼거리가 없다는 얘기가 계속돼 왔고, 중국 등 국내안팎에서 상설공연이 인기를 끌자 그 해결책으로 상설공연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전주문화재단의 전주마당창극은 2012년부터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3개 레퍼토리를 소개했으며 현재 심청가인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를 다시 올리고 있다. 총 객석 수 대비 유료관객수를 보면 2012년 5,000석 중 2,078명에서 2014년 6,300석 중 5,367명으로 늘어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작품은 미완성이고 평가도 썩 좋지 않다.
  지난 천하맹인과 달리 뮤지컬적 요소 즉 대중성을 대폭 반영해 창극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잃었다.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세 작품을 돌아가면서 하고 매번 바꾸다보니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상설공연추진단은 3년째 뮤지컬 ‘춘향’을 올리고 있는데 시범공연 당시 지나치게 가볍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전북인력이 적다는 이유로 지역예술인들과 대립해야 했으며 지난해에는 과하게 무거웠고, 올해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유료 관람객 비율은 5월 31일 기준 52%에 이르렀으나 가야할 길이 멀다.
  이렇듯 3, 4년차 공연물들도 제작 과정 중에 있고 자생력을 갖추기엔 최소 5년이 걸린다고 보는 가운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등장한 작품이 있다. 전주시 주최로 문화포럼 나니레가 주관하는 평일야간상설공연 ‘한벽에 적시다...한옥 스캔들’이다.
  3월 공모를 시작해 4월 선정, 5월 준비해 지난 2일 첫 선을 보이는 등 단 한 달에 그치는 짧은 준비기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숙련된 단체들 또한 최소 2~3개월 동안 연습하는 걸 감안하면, 창작초연극이고 새로운 장르인데다 야외에서 여는 공연을 1개월 동안 완성했다는 건 좋은 작품이 되길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공연 기획자 A는 “야외가 실내보다 예산이 배 가까이 들고 훨씬 신경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다 챙길 수 있겠느냐. 못 만든 게 당연하다”고, 공연 기획자 B는 “상설공연 기획을 공모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첫 해는 개발하는 것만도 벅차서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주시립극단은 5월 말 춤과 노래가 있는 연극 ‘사랑이 필요해’를 상연, 상설공연물을 표방했으나 전주소재들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는 수긍이 가지만 작품성을 담보할 수 없고 다른 상설공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현 추세를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B는 “분명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정도로 너무 많고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 강박에 걸린 거 같다. 지역의 경우 관광산업이 이제 커지고 있어서 많이 필요치 않고 하나 만드는 데도 몇 년에 걸리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수준까지 떨어지니 잘 되고 있는 공연들까지 싸잡아 이미지가 나빠지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길까봐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양에 앞서 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존 것들을 계속해서 다듬어가면서 상연횟수를 늘리는 게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만든 기대 이하의 상설공연보다 장기적으로나, 취지 면에서나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
  시간이 흘러 레퍼토리들을 제대로 완성하고 나서 그 다음 레퍼토리를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음 레퍼토리 모객이 훨씬 수월할 뿐 아니라 전주 상설공연의 이미지가 동반 상승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이 수반돼야 한다. 많은 이들이 관람해야 상설공연으로서 존재할 수 있어서다. 상설공연추진단은 브랜드공연과 새만금공연을 아우르는 마케팅팀이 6명, 중앙 상설공연단체 C는 한 공연 당 5명에 달하는 이들이 여행사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을 모집하는 데서 알 수 있다.
  공연들 간 차별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창극, 국악뮤지컬, 총체극으로 외관상 성격을 달리하곤 있으나 국악과 판소리를 중심으로 여러 장르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그 공연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춰가는 게 시급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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