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宴

山城霧裡中藏影
南風搖波綠香飛
美人勸酒大醉幻
橫臥竪說怨情持

君獨步荊棘同淚
歡悅與笑展雄志
今夜乾杯未覺夢
明晨帆進無邊地

2015. 6. 21.

 

別宴(별연) 석별의 자리

山城霧裡中藏影(산성무리중장영)
산성은 저 강 건너
아스라한 안개 속에
그림자를 감추고
南風搖波綠香飛(남풍요파녹향비)
6월 지리산 남풍이
물결을 일으키면
녹음의 향기 피어오르네.
美人勸酒大醉幻(미인권주대취환)
호남 미인이
금잔을 권하면
크게 취해 허공에 날고
橫臥竪說怨情持(횡와수설원정지)
몸을 누이고
헛소리를 해대도
임 그리는 정 오래이네.

君獨步荊棘同淚(군독보형극동루)
아! 사랑하는 님
홀로 가시밭길 가더라도
우리 같이 눈물 흘리고
歡悅與笑展雄志(환열여소전웅지)
기쁘고 즐거울 때
우리 함께 웃고
품은 큰 뜻 펼치리니.
今夜乾杯未覺夢(금야건배미각몽)
수국향기 짙은 오늘 밤
술잔을 비우고 또 비워
꿈속에서 깨어나지 말고
明晨帆進無邊地(명신범진무변지)
내일 새벽 일찍이
돛을 높이 달아 매
저 가없는 오대양 육대주로 나아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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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정한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에서 온다고 한다. 사실 상당수 시문과 노랫말이 사랑과 이별이 주된 소재이다. 이치적으로 보면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한다고 하지만 헤어질 때 아쉬움은 늘 짙게 다가온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잘하고 다시 만날 날을 대비하며 용기 있게 값있게 살아야 한다. 오늘 아름답게 사랑하고 헤어진다 해도 내일 다시 아름답게 만나고 회포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과 이별도 그러하리라. 세속에 머물고 있으니 그러한 사랑과 이별도 얘기하는 것인가? 다른 차원이기는 하지만 계백장군과 가족의 사랑과 이별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풍전등화에 처한 국가의 위기를 구하려고 가족을 먼저 보내는 계백장군의 결기는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초패왕 항우가 유방에게 쫓겨 해하(垓下)에서 죽기 전 부인 우 미인을 먼저 보내는 장면 또한 비극적 이별이다. 항우는 해하가를, 우 미인은 답시를 남긴다. 해하가는 힘이 넘쳐나도 때를 잘못 이끌고 죽어야 하는 항우의 비장한 후회를 느끼게 한다.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시불리혜추불서(時不利兮?不逝) 추불서혜가내하(?不逝兮可奈何) 우혜우혜내약하 (虞兮虞兮奈若何). 우 미인의 답시 또한 비극적 영웅에 대한 연민의 정을 남기고 있다. 한군이략지(漢軍已略地) 사면초가성(四面楚歌聲) 대왕의기진(大王意氣盡) 천첩하료생(賤妾何聊生).
  필자가 8년 전 KBS 모스크바지국장으로 가기 전 필자를 아끼고 따르던 몇몇 선후배들이 모여 조촐한 송별연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낭송한 이 한시를 떠올리며 지나온 길을 반추해본다. 이제 KBS를 떠나게 되니 마음이 착잡한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오늘 나를 있게 한 모든 인연들에게 늘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돛을 높이 달아매고 오대양 육대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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