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슬로시티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한껏 고무됐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 시장총회에 참석한 전주 부시장이 ‘이번 총회에서 전주를 전통문화와 예술적 가치, 좋은 음식문화는 물론 역사문화유적과 주민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슬로시티의 대표도시로 재확인됐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전주시는 특히 피에르 조르지오 올리베띠 국제슬로시티연맹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전주를 한국슬로시티의 중심지이자, 문화아이콘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재지정 심사 청신호가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슬로시티가 주목하는 도시 방향은 전통문화와 예술적 가치가 담겨 있는 도시로, 좋은 음식문화와 함께 슬로시티 마을에는 공연장이 있고, 박물관도 있으며, 역사문화유적과 주민생활이 담겨 있는 곳이 슬로시티의 모델이다.
사무총장은 ‘전주가 갖고 있는 한국적 콘텐츠인 한식은 2015 밀라노 엑스포를 통해 가장 한국적 문화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슬로시티 인증당시 전주를 방문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 전통문화와 음식문화의 대표적 도시인 전주가 한국 슬로시티를 선도하는 도시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상당히 희망적인 코멘트다.
하지만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 그 이유는 2010년 슬로시티 인증 당시와 너무나 달라진 2015년 현재 전주의 모습 때문이다. 한옥마을 안 거리는 이른바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여기저기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거리에 접한 가게에서는 국적 불명의 꼬치 음식을 팔기에 바쁘다. 한옥마을의 중요한 무형 가치였던 원주민들은 물론, 예술의 도시라는 전주의 명성을 뒷받침하던 예술가들도 자본 논리에 밀려 원치 않은 이사를 가고 있다. 대신 한옥마을은 이제껏 후퇴를 모르는 자본의 침투에 밀려 외지인들이 돈을 버는 상업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처럼 ‘민박 마을, 먹방 투어’의 대명사로 전주한옥마을이 거론되는 상황은 재지정의 걸림돌임이 분명하다.
자본과 슬로시티는 병존할 수 없다. 전남 증도의 사례가 그 것을 증명한다, 통제되지 않은 자본은 슬로시티를 패스트푸드가 판치는 곳으로 망쳐놓는다. 관광도 좋다. 하지만 관광을 위해 슬로시티를 원한다면 잘못된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슬로시티 본연에 가까운 모습을 먼저 회복해야 관광도 산다. 무엇이 먼저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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