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1시 번호키로 잠겨 있던 전주시 중앙동 구 도청사 후문.

구 도청사 관리인 정병남(67)씨가 문을 열자 녹슨 철망 문이 ‘끼익’거리며 열렸다. 담쟁이덩굴이 외벽, 창문까지 드리우며 청사를 덮고 있어 전북도가 신시가지로 떠난(2006년)이후 10년의 시간동안 그대로 멈춘 듯 했다.

입주했던 각종 단체들도 떠나면서 고요함과 묵은 먼지, 세월의 흔적만 남아 있었고 곳곳에 보이는 ‘바이전북’이라는 글귀가 과거 구 도청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전주시는 이날 전라감영 복원을 위한 철거 전 고사의 의미인 ‘고유례’를 지내기 앞서 구 도청사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에 앞서 언론에 공개했다.

시는 9일 고유례를 지낸 뒤 13일부터 17일까지 ‘역사학자와 함께 하는 구 도청사’ 시민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체가 떠난 이후 전라감영입주자 협의회에서 고용돼 구 도청사 마지막 관리인으로 홀로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던 정 씨는 “조금 있으면 철거되는 이 건물에 여러 감정이 있다. 서운하고 아쉽기만 하다”며 “영화도 많이 찍고 그랬던 공간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전라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우석대 역사학과 조법종 교수와 시청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이끌고 도청 구석구석을 설명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중 한국국토정보공사(LX)마크가 적힌 측량기와 LX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지상 라이다 스캐너’라는 이 장비는 건물의 입체(3D)영상을 남겨 컴퓨터로 건물 내·외부의 모습을 영원히 남기게 된다. 가격대만 1억7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다.

시 김병수 전통문화과장은 “철거 전 청사의 모습을 구석구석 3D로 촬영해 후손들에게 전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달 13일까지 시민투어를 마친 뒤 석면 제거공사를 8월 초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 본격 철거를 12월까지 진행하게 된다.

구 도청사 옥상에서 조 교수는 “구 도청사도 역사성이 있지만 결국 일제가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전주에 지은 건물을 철거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며 이번 철거는 조선왕조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0년 조선왕조가 감영이라는 공간을 통해 재창조 되는 것”이라며 “4대문과 경기전, 전라감영, 향교와 객사가 있는 전주는 높은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가치가 있고 복원이 바로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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