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준을 떠올리면 이내 ‘수묵’이 따라붙는다. 어떤 재료나 기법보다 그 자체에 주목해서일 것이다. 먹이 지니는 풍부함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도 덜도 없이 표현해 온 그가 더욱 감각적인 작업으로 돌아왔다.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의 초대기획전 플랫폼으로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열 번째 개인전을 진행 중인 것. 우석대 동양화과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마친 후 자연과 인간에 천착해 온 작가가 수묵에 꽂힌 건 지난 2009년이다.

먹을 켜켜이, 반복적으로 쌓고 이런저런 무늬를 넣는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가 하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생성과 소멸이라는 본질적인 고민까지 아울러 왔는데 여기에 직관을 더했다. 기존의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느낌들을 극대화한 것이다.

꾸준히 이어온 ‘산’ 시리즈는 대상을 최소한의 형태로 단순화 하고 간결하게 표현한다는 기조 아래 두 가지 방법으로 풀어낸다. 예전에는 화선지에 아교를 바르고 아주 연한 것부터 진한 것까지 단계적으로 수 십 차례 바르고 다시 덮어 먹색의 변화만으로 산의 형상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화선지에 먹을 바르고 다른 화선지로 찍어 구현한다. 먹이 종이에 닿으면서 나타나는 즉흥적인 표정까지 담기 위한 시도로 계획된 그림보다 훨씬 자유롭고 판화 같은 느낌도 든다. 우연한 번짐이 비백을 만들어 내고 비백의 많고 적음 또는 크기에 의해 수없이 다른 형태가 그려진다. 산 너머의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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