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이자 왕조의 발상지, 전라북도의 도청 소재지를 거듭하는가 하면 판소리의 본산, 한지의 대표적 생산지, 완판본 등 출판의 명소로 불리는 ‘전주’. 전통문화도시이자 역사적 거점도시로 많은 역사문화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아우르고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전주 정신’이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16일 박물관에서 전주시, 전주학연구위원회, 온다라인문학연구단과 함께 마련한 제17회 전주학 학술대회 ‘전주의 정체성과 전주정신’에서는 다양한 정신이 제기됐고 그 중 풍류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한 마디로 함축하는 데는 다다르지 못했다.

다만 과거를 토대로 하면서 현재와 미래에 적합해야 하는 등 시대성을 반영하는 한편 행위보다는 가치 그 자체에 집중해야한다는데 공감했다.

함한희 전북대 교수는 발제문 ‘문화로 본 전주정신’에서 “집단정신의 주체들이 과거로부터 전승돼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을 추구하기에 전승성과 미래지향성을 연속상에 둬야 한다”고 전제했다.

토론에 나선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실장은 “전주의 정신을 찾는 일은 지금 시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 시대에 거론되는 정신은 그 시대를 품어야하기 때문”이라며 뜻을 같이 했다.

김기현 전북대 교수는 ‘사람이 하늘’을 통해 “전주 사람들 모두 다 같이 현재와 미래의 생활 속에서 추구하고 또 뿌리내려야 할 바람직한 것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며 이처럼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토론 중 홍성덕 전주대 교수는 “가장 많이 언급된 풍류의 경우 행위지 가치는 아니다. 정신은 가치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행위개념을 더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단어를 제시하기 앞서 본질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전주정신도 눈길을 끈다. 김승종 전주대 교수는 ‘창조적 변방성의 정신, 삭임과 꽃심’에서 “고통과 실패에 좌절하기보다는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고 성공과 승리의 씨앗을 잉태해 창조적 변방이 가능해졌다. 이를 가능케 한 게 삭임과 꽃심”이라고 풀어냈다.

‘전주품격론’을 발표한 송화섭 전주대 교수는 “전주사람들의 본성과 기질은 지적으로 세련됨을 뜻하는 ‘민불추박’과 매우 총명함을 의미하는 ‘상현리’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 글로컬 시대에는 ‘sophisticated’와 ‘clever’로 정의하면 어떨까”라고 전했다.

김기현은 깊고 가치 있는 일생을 살 수 있도록 동학정신과 선비정신, 풍류정신을 더한 ‘사람이 하늘’, 조법종은 모든 구성원을 같게 만든다는 의미의 ‘대동정신’, 이동희는 문화예술에 깃든 ‘풍류정신’, 함한희는 ‘예술과 예의를 중시하는 넓고 깊은 정신’, 곽병창은 ‘풍류와 저항’을 각각 내놨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