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홈인 PNC 파크에서 벌어진 피츠버그와 시카고 컵스의 연속 경기 2차전.

벤치에서 대기하던 강정호가 1-2로 뒤진 7회말 2사 1루에서 페드로 플로리먼의 타석 때 대타로 들어서자 홈팬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피츠버그를 연고로 한 메이저 프로스포츠 구단을 25년간이나 취재하며 지역 팬들의 신망이 두터운 칼럼니스트 데얀 코바세비치는 자신의 트워터를 통해 "후아. 대타로 강정호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말로 자연스럽게 기립박수가 일어났다. 여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고 썼다.

강정호에 대한 피츠버그 홈팬들의 기대감과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17일 '강정호가 피츠버그 신인으로 커다란 임팩트를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장면을 인용했다.

폭스스포츠는 "자유계약선수(FA)와 계약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대신 반대로 성공하면 큰 보상을 약속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파블로 산도발, 헨리 라미레스(이상 보스턴 레드삭스),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 등 투자 대비 괜찮은 성과를 내거나 또는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난 FA 선수들을 그 예로 꼽았다.

폭스스포츠는 "이 과정은 해외 FA와 계약할 때 훨씬 의심스러워진다"며 "보스턴은 19살의 쿠바 출신 내야수 요안 몬카다에게 계약금 3천150만 달러를 안겨줬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30살의 쿠바 출신 내야수 헥터 올리베라와 6천25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두 선수 중 누구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몬카다는 앞으로도 몇 년 동안 뛰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올리베라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다"고 덧붙였다.

폭스스포츠는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피츠버그는 올 시즌 천재처럼 보인다"며 "이 팀은 올해 1월에 한국의 내야수 강정호와 포스팅 비용을 포함해 4년 1천6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117경기를 뛰면서 타율 0.356에 출루율 0.439, 장타율 0.739, 40홈런을 기록했다.

폭스스포츠는 "강정호는 올 시즌에 이 정도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28살의 이 루키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피츠버그에 커다란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올스타 내야수인 조시 해리슨과 유격수 조디 머서가 올 시즌 부상으로 일정 기간 빠져 있는 사이, 강정호는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며 "강정호는 3루수로 525⅓이닝, 유격수로 423⅓이닝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현재 타율 0.288에 출루율 0.357, 장타율 0.464를 기록 중이다. 팀 기여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는 4.2에 이른다. 강정호가 대체 선수보다 팀에 4.2승을 더 안겼다는 의미다.

폭스스포츠는 "이러한 모든 것이 강정호를 피츠버그에서 인기 있는 선수로 만들었다"며 "그 단적인 예가 전날 경기에서 강정호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앤드루 매커천은 피츠버그 구단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강정호 역시 현재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게임차로 뒤진 이 팀에서 그만큼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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