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게 뻗은 길 양 옆으로 푸르른 나무가 마주한 채 우거져있다. 과거 왕들이 사냥터로 활용했다는 프랑스 파리근교 숲을 찾아 밑그림을 그린 다음 사진을 찍어와 마무리한 것인데 따스하고 풍성한 자연 속에 파묻힌 텅 빈 곳은, 안식과 평안이 가득할 거 같은 이곳은 삶에 지친 나를 위한 공간인 듯 와 닿는다.

서양화가 류재현이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 1실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 ‘숲, 시간의 흔적’을 연다. 숲속 길에 겹겹이 쌓인 생명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해 온 작가가 프랑스 필립 즐로 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석 달여 만에 마련하는 전시로 짧은 준비기간에도 신작이 여럿이다.

프랑스에서 스케치하거나 계절에 맞게 가을 느낌을 가미하는 등 전시 중에도 작업을 이어가 30호 3점과 대형작 11점을 선보이는 것. ‘변화는 하되 조금씩 자연스레’라는 방향성 아래 실제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생동감,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 극사실 너머의 추상과 몽환을 보여준다.

특히 파리 근교에서 포착한 길이 눈길을 끈다. 특유의 초록빛을 살리되 그 어느 때보다 길을 선명히 드러내 보는 이로 하여금 그곳을 거닐게 한다. 영혼을 위로한다. 이는 어두운 색깔에서 밝은 색깔로, 원경에서 근경으로 작고 부드러운 모필을 사용해 덧대고 덧대 구현된다. 서양의 전통적인 유화기법을 따르면서도 필획은 진경산수 대가들처럼 정확하고 유려해 평면성과 풍성한 공간감을 두루 보여준다. 초대는 7일 오후 5시 30분.

전북대학교와 같은 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27년간 재직했다. 현재 명예퇴직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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