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등 현안을 챙겼던 한 총장은 전국 2위의 취업률에 만족하지 않고 ‘취업의 질’도 높이는 대학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 14일 오후 총장 집무실에서 한 총장으로부터 글로벌 인재 육성을 향한 구상을 들어 봤다.

- 총장님 취임 이후 7개월 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활발한 산학교류 및 협약 활동에 주력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산학협력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전문대학의 역할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학협약은 대학에서의 맞춤식 교육을 통해 취업 인력의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합니다. 산학 협약을 통해 기업과 공공기관들을 대학의 가족회사로 영입하고 교육과정에서 교재 발간까지 기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교육하는 것이 현장 맞춤형 실무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산업현장의 기술인력들이 대학 교육에 함께 참여하면 입사 후 재교육 비용과 기간이 훨씬 절약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생생한 실용교육 실현과 취업문제 해결도 대학에서의 활발한 산학교류 활동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전문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실용교육이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전문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는 U턴 현상이 지난 3년간 25%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교육비용과 시간적인 투자가 중복된다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요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학력 수준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높은데, 이러한 과잉 학력은 청년실업의 문제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고학력화의 이면에는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학제에서 중등교육에서는 특성화고가, 고등교육에서는 전문대학이 사실상 실용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육기관인데 두 교육기관의 학생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직업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이 50~70%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학벌만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왜곡된 교육관과 기업의 채용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목전에 두고 몇 년째 계속 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적인 경기침체 등의 요인 외에 실용교육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이 큽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마이스터(전문가)를 중시하는 사회적인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실용교육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나요?
▶ 우리나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출신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특성화고 출신자 10명중 4명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풍토를 볼 때 학벌이 사회적 신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우리사회에서 ‘무조건 취업’보다는 오히려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실용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실용교육 기관들(특성화고와 전문대학) 상호 간에 연계성이 없어서 진정한 마이스터가 육성되지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실용교육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직업교육이 고교 과정부터 시작되어 기업이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일관되게 이어지는 심화된 전문교육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근래 우리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고교-전문대 통합과정의 취업보장형 전문인력 양성 사업(UNI-TECH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걸음 더 나가 고교-대학 통합과정으로서 5~6년제의 완벽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인 ‘마이스터대학’을 새로운 학제로서 법제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벌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이 대접받는 진정한 마이스터의 천국이 될 때 우리나라는 산업 강국으로서 3만 불을 넘어서 5만 불 소득의 진정한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입니다.
- 높은 취업률과 함께 취업의 질까지 높여 명품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 바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 2014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취업률에서 우리대학은 86.6%로 전국 전문대학 나그룹(졸업생 1000명~2000명)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국 전문대학 평균 취업률이 61.4%인 것에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대학 선택의 기준이 취업률이 되고 정부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잣대로 취업률을 강조하다 보니 취업교육 프로그램과 일련의 과정들 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취업의 질은 취업한 곳이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로 판단되는 것이 아닙니다. 취업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이직을 예방하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대기업 선호하기보다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자신의 능력에 맞는 기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저는 취업을 위한 전공교육과 취업스킬 외에 따뜻한 인성을 기르기 위한 기본 소양교육,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취업관리시스템을 갖춰 취업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과 공기업을 선호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분명 있을 텐데요.
▶ 대기업은 급여와 복리후생, 근무환경 측면에서 선호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입사 문턱이 높고, 업무의 폭이 좁으며 근무 년 수가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근무여건이 대기업보다 못하지만 폭 넓은 경험과 업무역량을 쌓을 수 있고 기업에서 개인의 역량을 발휘해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창업을 통해 CEO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훨씬 더 크게 열려있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요, 대기업에 못가서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에 취업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장기적인 미래 계획 속에서 취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대기업의 좋은 근무조건과 화려한 브랜드의 유혹을 무시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미래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으로서 건실하고 유망한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일인다역의 경영수업을 쌓는 것의 매력을 청년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해법이 있을까요?
▶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수십 군데 지원서를 내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을 위한 특별 수업을 받고 애를 써도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낙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근래 더 악화된데는 경기 부진과 산업경쟁력이 약화된 문제도 있지만 그 외에도 우리나라 특유의 요인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주로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소홀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사회의 가치관과 교육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뿌리 박혀있는 학력 인플레와 간판 위주의 학벌의식이 과도한 대학 진학률로 나타나 인력 수요-공급 간의 미스매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직난의 다른 한편에서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청년들이 비어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메워주기만 해도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청년실업의 치유를 위해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창조경제를 통한 청년창업의 활성화와 임금피크제, 상생고용제도 등 기업의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1차 수시모집 기간이 끝나고 곧 2차 수시모집이 예정돼 있는데요, 지원자들에게 전문대학의 강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설립목적은 명확히 구분돼 있습니다. 한 언론기관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를 했는데 38%의 학생이 학문탐구 보다 취업을 위해 대학을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문탐구는 13.1%에 불과했는데, 안타까운 결과지만 취업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일정부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평균 취업률에 있어 4년제 일반대학은 54.8%로, 전문대학의 61.4%과 6.6%P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이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최우선 해 계획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 달 초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청년층의 고용형태 변화와 영향 요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취업자 중 4년제 졸업자와 전문대학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비율이 4년제 82.2%, 전문대학 90.8%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조사한 연구원은 전문대학에서는 노동시장의 요구에 맞는 실무 위주 기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정규직 취업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전문대학에 대한 밝은 전망 요인을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사회의 흐름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형태로 변화할 것임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NCS라는 단어가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간단히 설명해 국가가 각 산업분야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개인의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공기업과 대기업들은 이미 NCS를 적용해 인력을 채용하고 있고 조만간 모든 산업체가 이를 적용해서 인력을 채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앞으로 기업들이 학벌보다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무 중심의 교과과정을 중시하게 된다는 것이고 이는 전문대학에서 양성하는 현장실무형 인재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오랫동안 공직에 계셨던 산업분야 전문가이신데, 우리나라 현재 경제 상황과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 우리나라 경제는 IMF 위기 이후 글로벌화, 선진화의 방향으로 진일보 한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밝은 면의 이면에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계층 간의 소득격차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청년실업 등 많은 사회경제적 난제가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저성장기조의 주범은 산업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외채, 재정적자, 과잉복지로 위기의 늪에 빠진 그리스의 근본문제도 산업경쟁력에 기반을 둔 국가 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를 성장시키는 중심 어젠다에 산업정책을 두고, 기업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어 미래 성장동력 사업분야를 창출하는데 투자를 우선시 해야 할 것입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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