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자 가을이 겨울에 자리를 내주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은 안성맞춤이다.

가을의 끝자락에 선 대둔산의 단풍은 정읍 내장산이나 설악산 등에 비해 만산홍엽의 정도가 덜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둔산에서는 일일이 그 생김새를 표현할 수 없는 기암괴석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듯한 대둔산의 절경에서 가을의 참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대둔산(879m)은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경계를 가르는 도립공원이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와 충남의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별곡면에 걸쳐 있어 웅장한 암봉들이 빼어난 미학을 자랑하고 있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대둔산은 동쪽에 오대산(569m), 서쪽에 월성봉(649m)이 있으며 남쪽은 대둔산도립공원과 접한다. 대둔산은 최고봉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삼선바위, 임금바위, 입석대, 마왕문,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봉, 칠성대 등 기암마다 웅장함을 과시한다.

노령산맥 북부에 속하는 잔구 가운데 하나인 대둔산은 침식된 화강암 암반이 드러나 봉우리마다 절벽과 기암석을 이룬다. 뻗어 내린 산줄기마다 우람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암봉들은 호남 북부에 변화무쌍한 풍경화를 그려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둔은 큰 언덕을 의미한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특히 원효대사는 대둔산의 정상을 ‘하늘을 어루만질 만큼 높다’는 뜻의 마천대란 이름을 붙였다.

대둔산 매표소에서 한 시간 정도 금강계곡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동심바위가 자연의 오묘함을 자랑하며 산행 길에 거친 숨을 몰아쉰 등산객을 달래준다. 옛 신라의 원효대사가 이 바위의 모습에 취해 사흘간 머물렀다는 얘기가 절로 수긍이 가게 만든다.

금강계곡을 지나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 길이 50m의 금강 구름다리와 길이 50m, 127개 계단이 있는 삼선 구름다리를 지날 때면 대둔산의 오묘함과 극도의 공포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정상 마천대에 오르면 온 산에 빨갛고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단풍과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대둔산의 진면목이 한 눈에 보인다.

가을 가뭄으로 예년보다 못한 단풍에 실망했던 등산객이라도 울긋불긋한 단풍과 각종 기암괴석이 뾰족뾰족 죽순처럼 솟구쳐서 멋진 장관을 연출한 모습을 본다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듯 싶다.

또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을 택했다면 멀리 덕유산, 마이산, 지리산,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대둔산의 주요 사찰로는 안심사·약사및 운주의 화암사 등이 있는데, 안심사는 지난 1759년(영조 35)에 세운 것이나 6·25 때 소실되고 지금은 석종계단과 부도전중건비만 남아 있다. 화암사에는 보물 제662호인 우화루와 명부전·극락전·대불각 등이 있다. /권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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