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선을 보인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전북을 대표할 만한 전시로 처음이다시피 시도돼 눈길을 끌었으나 갈피를 잡지 못한 기획력으로 취지와 내실이라는 두 날개를 모두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이 주관한 ‘아시아현대미술전’이 9월 1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석 달 간 도립미술관 전관을 비롯한 전주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국제세미나 △국제퍼포먼스 △전북미술특별전 △교육 및 체험 형태와 함께 진행중인 대표 프로그램 ‘아시아현대미술전’에는 14개국 35명의 100여점이 자리한다.

그 결과 8일 기준 총 관람객은 2만 1,931명(유료 1만 5,485명), 입장료 수익은 5,740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북 최초, 최대 규모를 표방한 세계거장전이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됐다고는 하나 사실상 명화를 나열한 데 그쳐 전북도립만의 정체성과 연출력이 반영된 대표전시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바, 성패여부를 떠나 대표전을 고안한 건 뜻 깊다.

어느 누구의 도움이나 중개가 아닌 스스로의 인맥으로 접촉하고 앉은 자리에서 작가와 작품을 추천 및 발송 받는 것 대신 직접 발로 뛰며 선택하거나, 레지던시 같은 교류의 물꼬를 트는 등 주도적인 움직임도 돋보였다.

아시아라는 담론에 대해서는 전북과는 무관하며 이미 다른 곳에서 빈번하게 다뤄졌다는 목소리와 다소 고립돼 있는 지역작가들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진출, 성장할 수 있고 한 대륙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한 방향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춤으로써 전자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지만 올해 아시아현대미술전은 논란을 종식시킬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원인으로는 기획력이 꼽혔다. 전시만 봐서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으며 이전 아시아전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복수의 지역미술인들은 “지금껏 지방이든, 나라든 여러 곳에서 아시아를 얘기해온 만큼 우리만의 무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주제였다고 본다. 하지만 차별화나 특성화 없이 작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다져지지 못한 기획은 초반 의도를 살리거나 세부내용을 만들어 가는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일단 아시아 현대미술을 이곳으로 집중시키고 전북작가들을 아시아로 보낸다는 목적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본관 예산까지 투입해 병행한 전북미술특별전만 보더라도 전북예술회관에서 치러져 미술관과 거리상 떨어져 있고 기간도 2주가량으로 짧은데다, 별다른 화두도 없고 조명도 하지 않아 존재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도내 미술인들이 아시아까지 이르기에는 지나치게 허술한 특별전이라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내용 중에는 ‘아시아’와 ‘현대미술’이라는 범주에 걸맞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수보드 굽타 등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작가로 급부상한 이들의 작품을 택하는가 하면 이우환 같은 굵직한 작가들의 최신작이 아닌 개인 및 미술관 소장품이 존재했다. 아시아 현대미술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과거 경향에 치우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이 때문.

전북 및 한국미술이 지닌 고유성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아시아 미술에서 어떻게 회자되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과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 세미나와 학술대회 같은 또 다른 굵직한 프로그램들이 초반 몰려있어 행사의 지속성을 느낄 수 없고, 첫 퍼포먼스 당시 촬영기사가 오지 않아 퍼포먼스가 1시간 이상 지연되는 등 운영상 미비점도 풀어가야 할 숙제다.

장석원 관장은 “도내 최초 국제전을 만들어 출구를 열었다는 점은 성과다. 교류나 성장은 단발로 되지 않으니 5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창작스튜디오가 준공되면 아시아현대미술전과 병행해 본 취지를 잘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청년, 그 다음에는 여성으로 주제를 바꿔가며 활력을 더하겠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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