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양악 대신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국악으로 오케스트라를 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보기 드물게 민‧관‧노‧사 모두가 힘을 합쳐서다. 그렇게 창단된 단체가 복지시설인 전주 삼성휴먼빌 아동 33명으로 구성된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다.

일단 시작은 했으나 우려도 적지 않았다. 지원 단체들이 언제까지 도움을 줄지도 알 수 없고 보호자가 없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가정에서 양육 받지 못한 아이들은 나름의 상처를 안은 채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업 및 운영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전북도립국악원은 지원의 경우 끊긴 그 때 해결책을 고민하기로 했고, 말은커녕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교육생들의 마음 문을 여는 방법으로는 1:1교육 방식을 택했다.

매주 월요일 수업이 1년여쯤 지났을까. 마음과 마음은 이어졌다. 학생들은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을 한결같이 바라봐주는 12명의 국악원 단원들에게 신뢰를 갖기 시작했으며 속내도 털어놓고 농담도 던졌다.

그늘은 햇살로 따스하게 채워졌고 잃었던 자존감은 조심스레 싹을 틔우고 있다. 우려했던 것처럼 정기적인 후원처는 없지만 여기저기 그 때 그 때 도움의 손길로 운영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어느덧 3년, 그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가 열린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윤석중)과 전주휴먼빌(원장 김인숙)이 주관하는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 제3회 정기연주회 ‘바람은 꽃이 되어, 무지개로 피어나다!(지휘 박지중)’가 11일 오후 7시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 펼쳐진다.

매년 연말이면 마련하는 정기연주회지만 3년을 맞아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는 한편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년 첫 졸업생도 배출하는데 전주안디옥교회는 그들을 위한 공간 3곳을 내어주고 바람꽃후원회가 진로 상담, 직장체험, 직업 알선 등으로 후원을 지속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공연은 전통무용 ‘소고춤’, 무용과 판소리 ‘흥부가’, 창작무용 ‘신나GO! 즐기GO!’, 국악관현악 ‘신뱃놀이’ ‘타’, 국악관현악과 사물놀이 ‘신모듬’, 국악캐롤 ‘징글벨’ ‘울면 안돼’ ‘루돌프 사슴코’로 꾸려진다. 앞뒤에는 관객들의 축하글과 뮤지컬, 판소리, 비보이 공연, 선물 증정, 영상 상영,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좋은 공연에 화답하는 객석의 격려와 선물이 잇따른다.

연출을 맡은 국악원 김종균 기획 담당은 “현재는 국악원이 주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290-5532./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