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 후백제 복원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졌으며 지난해 등재된 농악을 부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반면 동학은 다소 주춤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선자장 종목에 전북 출신 김동식이 첫 보유자로 낙점되는 쾌거도 있었다.

 

▲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등재

7월 익산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2곳을 비롯한 공주, 부여 6곳을 포함하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됐다. 10여년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산업이 발달하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거란 측면에서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

도는 관련 홍보, 관광, 인프라, 보존관리 4개 분야 38개 세부 사업에 총 6987억 원을 투자하는 한편 충남도와 함께하는 (재)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리사업단을 통해서는 16억 원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해당지역마다 발굴과 복원, 조명을 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는 백제 사비기 왕궁 부엌터가 확인되는가 하면 미륵사지석탑은 현재 남아있는 6층까지 2017년 7월 부분복원할 예정이다.

고창 고인돌 유적, 필봉 농악 같은 도내 또 다른 유네스코 등재 유산과 연계한 문화관광상품도 고려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낭보는 익산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일 것이다. 내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으로 승격되며 건물이 완공되는 2019년 국립익산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꿀 예정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공주나 부여에 비해 내용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다 발굴도 저조하고 정비도 허술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왕 관련 콘텐츠 개발 및 홍보가 시급하며 그 기반이 되는 조사와 학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후백제 복원 활발, 성과는 글쎄

백제의 맥을 잇는 후백제는 36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주를 수도 삼은 국가다. 전주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역사는 지워지고 도성은 깎이거나 덮여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후백제 관련 논의들이 오가고 있으며 전주시와 국립전주박물관은 2014년 ‘후백제 복원 프로젝트’를 체결하고 10년 간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주 오목대 일원에서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굴하기도 했지만 확실치 않고 최근연구 대부분이 왕궁위치에만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있는바, 조사 내용과 범위를 확대하고 그 안에서 얻은 증거를 토대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유네스코 등재된 농악, 조명 움직임 활발

2014년 말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전북에서는 이리농악. 임실필봉농악, 김제농악, 정읍농악, 고창농악, 남원농악, 부안농악 7곳이 포함됐는데 선정된 데 그치지 않고 걸맞은 내실을 다지려는 행보가 유독 돋보였다.

도 차원에서는 4억 4,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수활동비 지원, 기록화사업 지원, 등재 1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으며 전북대에서는 세계 최초의 농악연구소인 ‘농악‧풍물굿연구소’를 설립했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전북농악을 살피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농악명인전’과 농악 Big Party’를 기획해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몇 사람의 구술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등 역사나 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연구, 담론이 부족해 체계적이고 세밀한 조사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 동학농민혁명, 화합 아쉬워

지난해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들이 마련됐고 그 관심과 열기는 올해까지 계속됐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3건이 전라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예고됐으며 김제시가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원평집강소를 복원 준공했다.

진통도 적지 않았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171건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했으나 전북과 경북 두 군데가 같은 분야로 신청한데다 준비기간이 짧고 내용이 부실해 탈락했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도 참여 단체가 적고 서로 뜻을 맞추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역 간, 단체 간 화합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김동식, 첫 중요무형문화재 선자장

문화재청은 7월, 전통부채를 만드는 기술과 그 기능을 보유한 장인을 가리키는 ‘선자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로 신규 지정하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김동식(73‧합죽선)을 보유자로 인정했다.

예술성과 역사성 측면에서 전승 및 보존 가치가 높음에도 지정받지 못했던 선자장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다 전주 출신으로 전국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김동식이 첫 번째 보유자가 돼 더욱 뜻깊다. 이와는 상반되게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부채 장인들끼리 어우러지지 못하는 건 해결해야 할 문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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