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축산물 수입액이 줄었으나, 수입량은 늘면서 FTA로 인한 농도 전북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성태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FTA 시대가 열렸다.

이미 미국, ASEAN, EU, 호주, 칠헤 등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2015년은 농축산물 수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 해였지만, 수입액은 전년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입액 감소가 무역수지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뿐, 정작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는게 지성태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농경연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농축산물 수입액은 304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0%나 감소했고, 평년대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대부분 품목의 수입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입량이 증가했음에도 전체 수입액은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축소되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옥수수, 밀, 대두의 수입액은 전년대비 각각 15.9%, 8.0%, 19.8% 감소했으나, 수입량은 오히려 1.2%, 7.7%와 4.0% 증가했다.

이는 수입단가가 각각 16.9%, 14.5%와 22.9%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돼지고기와 치즈의 수입량은 각각 25.4%, 14.7%나 증가했지만,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액 증가폭은 각각 13.4%, 0.9%에 그쳤다.

오렌지, 포도, 키위의 수입량도 전년대비 각각 15.6%, 6.8%, 21.6% 증가해 수입액 증가율보다 각각 5.9%p, 6.7%p와 16.1%p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품목의 수입량 증가는 전북지역에서 생산하는 곡물, 사료, 돼지고기, 치즈, 포도, 대체과일인 복숭아, 수박, 사과 등의 생산 및 가격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FTA 이행에 따른 수입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 확대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어 전북 농업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수입선 전환, 수입 계절성 완화, 특정 품목의 수입 증가추세, 국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 등의 특징들이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미국에서 AI가 발생하면 브라질산 수입량을 늘리고, 미국산 옥수수 단가가 오르면 EU산으로 대체한다.

또 북반구 칠레산 포도와 미국산 체리 수입이 집중됐다가, 계절이 바뀌면 남반부 페루산 포도와 호주산 체리 수입이 대체하는 식이다.

이들 품목 모두 전북에서 생산하는 농축산물에 영향을 주거나, 전북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과일들이어서 향후 시장잠식이 빨라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농협 관계자는 "농축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수입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전북 농업이 이에 대응하려면 생산구조 및 유통구조의 긴급 전환 등 민·관·단체의 지혜가 한데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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