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닌다는 뜻의 선유도(仙遊島). 금강산 봉우리들이 바다에 잠겨 머리만 내민듯한 절경이 당신을 반긴다. 작은 섬이지만, 덤으로 산수화 풍경 같이 뛰어난 경치도 선물 받을 수 있다. 특히 밀물 때 모래밭으로 가늘게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봄이 시작되는 3월, 봄을 맞이하러 이번 주말에는 ‘군산 선유도’로 떠나보자.

▲고즈넉함을 선물하는 ‘선유도’
선유도는 호남평야의 앞바다, 자세히 말하자면 늘 뜨거운 감자가 되어온 새만금방조제 앞바다에 63개 섬들이 몰려있는 고군산군도의 대표적인 섬이다. 원래 작은 섬 하나의 이름이지만, 보통은 고군산군도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선유도와 다리가 연결된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군산진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그 이름을 현재 군산시에 넘겨주고 옛 군산의 섬무리라는 뜻으로 ‘고군산군도’로 불린다.
고군산군도에 가보면, 바다 위에 수많은 섬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 ‘산이 많다’는 뜻의 군산을 실감할 수 있다.
다리로 연결된 주변 섬들을 통 틀어도 면적이 5제곱킬러미터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섬인 ‘선유도’는 해안선이 길고 지형이 복잡해 일주코스로는 17킬로미터에 이른다.
특히 수백 미터만 움직여도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경치가 드러나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원래는 군산에서 쾌속선으로 45분을 가야하는, 물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섬이지만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섬이 되었다.
바로 이웃한 신시도가 육지로 연결돼 강화도에서 석모도 가듯이 바로 지척의 거리에서 건너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군산군도는 ‘고군산반도’가 될지도 모른다.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신시도와 무녀도만 이어지면,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대장도 등 고군산군도의 주요 섬들이 하나가 된다. 이미 일부 관광지도는 다리가 연결된 것으로 그려져 있다.

▲무녀도와 장자도로 이어지는 경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선유낙조,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고운 백사장 명사십리 해수욕장. 큰 비가 내리면 7~8개 물줄기가 쏟아지는 망주폭포 등 선유8경이 유명하다. 그 중 ‘평사낙안’으로 불리던 팽나무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쉽다.
선유도에서 선유대교를 건너면, 바로 무녀도에 들어갈 수 있다. 선유도보다 절경은 덜하다는 평가지만, 그나마 상업적인 모습이 덜해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
선유도에서 장자대교를 건너면, 대장봉이 늠름하게 서 있는 대장도로 갈 수 있다.
절벽과 암석 구릉으로 이뤄져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선유도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바다에서 조업을 하다가 폭풍을 만났을 때 이 섬으로 피신하면 안전하다 해 대피항으로도 유명하다.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자
선유도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코스가 상대적으로 짧아도, 모든 이들이 선유도를 방문할 때 자전거 하이킹을 생각하고 오는 정도.
선착장~초분공원~장자대교~낙조대~장자도포구~대장교~대장도(장자할매바위)를 잇는 A코스(3.7km)와 선착장~명사십리~망주봉~신기리~전월리~몽돌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B코스(4.7km), 선착장~옥돌해수욕장~선유대교~무녀도를 돌아보는 C코스(4.3km) 등 세 코스가 있다.
간단히 보면, 장자도와 대장도의 A코스, 선유도 메인(선유도해수욕장, 망주봉)의 B코스, 무녀도를 달리는 C코스로 정리할 수 있다. 자전거는 물론 도보도 가능하니 안심하자.
선유도 포인트도 짚어보자. ‘신선노름의 장’으로 유명한 선유도에서는 첫 손에 꼽히는 풍광이 바로 낙조다. 명사십리에서 바라보는 태양이 녹아드는 바다. 그 곳의 절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붉게 물든 고군산군도 사이로 잊지 못할 풍경을 만나보자. 비가 온 뒤라면, 망주폭포도 놓치지 말자. 단, 망주봉을 오를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동네 주민들도 비가 온 직후에는 말리는 곳.
다리로 이어진 섬들도 둘러보자. 춤추는 무녀를 닮았다고 이름 붙은 무녀도에서 독특한 장례 풍습인 초분 모형도 볼 수 있다. 초분은 사람이 죽으면, 바로 땅에 묻지 않고 2~3년 후 남은 뼈를 묻는 것을 말한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넘어갈 때, 장자대교에서 보이는 망주봉과 선유봉의 늠름한 자태도 놓치지 않아야 할 풍경이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또 흐리면 흐린 대로 선유도의 시간은 빠르기만 하다.
물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펼쳐지는 섬들의 군무를 구경하는 신선들의 발걸음이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가 놓이는 순간, 섬이 곧 섬도 육지도 아닌 것이 되는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지금 그 곳에 가보자. 신선을 만날 수 있을지도./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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